서울에 거주하는 오모씨(32)는 평소 웹툰 등을 즐겨 보고 만화 관련 동호회에서 활동하는 평범한 회사원이다. 가끔 시간이 날 때 만화 페스티벌 등도 보러 다닌다. 그러다 청소년들도 참여 가능한 만화행사에서 음란만화가 신분확인 등 별다른 제재 없이 제작·판매되고 있는 것에 문제의식을 느꼈다. 그는 동호회 회원 등과 함께 음란만화 판매 관련 정보를 모아 서울 지역 내 일부 경찰서를 방문해 신고 의사를 밝혔다. 하지만 "구체적 증거가 필요하다"는 대답만 듣고 발길을 돌렸다.
이후 본격적으로 증거수집에 나선 오씨는 2016년 8월경 한 아마추어 만화가가 유명 만화 캐릭터를 이용해 만든 음란만화를 한 행사장에서 판매할 거라는 이야기를 듣게 된다. 당시 이 만화가는 본인 블로그에 9페이지 분량의 만화 샘플을 올려 홍보하고 있었다. 샘플에는 남성간 유사 성행위 등의 장면이 담겨 있다.
오씨는 이 샘플을 디씨인사이드 웹툰갤러리에 올렸다. 또 본인이 행사장에 갈 수 없으니 그곳을 방문하는 누군가가 실제 만화를 대신 구입하면 함께 경찰에 신고하자는 취지의 글도 남겼다. 이 글을 본 한 네티즌의 도움으로 만화를 확보한 오씨는 경찰에 신고했다.
그러자 만화가는 자신의 만화를 무단으로 인터넷에 올렸다며 오씨를 서울중앙지검에 고소했다. 검찰도 "(샘풀을)무단으로 올려 불특정 다수가 다운로드 받을 수 있도록 했다"며 오씨를 저작권법 위반 혐의로 벌금 70만원에 약식 기소했다.
오씨는 공익적 목적을 위해 개인 비용과 시간을 들여 한 행동이 문제가 되자 정식재판을 청구했다. 검찰 조사와 재판 등으로 직장생활에 지장을 받았지만 억울하다는 심정이 더 컸다.
이 사건의 쟁점은 오씨가 인터넷에 올린 만화가의 홍보용 샘플을 저작권법에서 규정한 '공표된 저작물의 인용'으로 볼 수 있는지 여부였다. 또 그의 행위가 음란물 신고라는 공익목적에 부합하는지도 중요한 판단기준이 됐다.
앞서 서울중앙지법과 서울고법은 "오씨는 음란성이 어느 정도 있는 이 사건의 만화를 음란물로 고발할 필요성이 있다는 취지에서 행동한 것"이라고 판단했다. 또 "만화 샘플은 그 자체로 원저작물
[채종원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