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가 30일 "검·경수사권 조정은 자치경찰제 도입과 동시에 이뤄져야 한다"는 문무일 검찰총장(57·사법연수원18기)의 전날 발언을 강도높게 비판했다. 이날 경찰도 문 총장 발언에 대한 비판에 가세하면서 수사권 조정을 둘러싸고 청와대와 검·경 간 충돌이 격화되고 있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문 총장이 얘기한 자치경찰제라는 게 지방분권위원회에서 만들어낼 문재인 대통령의 공약인 자치경찰제와는 성격이 다른 것 같다"고 말했다. 검찰이 대통령 공약사항과 동떨어진 주장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 관계자는 "문 총장 언급의 맥락을 살펴보면 자치경찰제가 완전히 시행된 다음에 수사권 조정을 하자는 얘기"라며 "그렇게 되면 수사권 조정이 늦어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어 "문 총장이 말한 자치경찰제는 중앙경찰 기능을 거의 없애고 풀뿌리 지방경찰에 권력을 넘겨주는 형태인 것 같은데 실현 가능성이 있는지, 바람직한지 의문이고 오랜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문 총장이 수사권 조정 선결 조건으로 자치경찰제 완전실시를 들고나온 게 시간벌기라고 보느냐'는 질문에 "모르겠다"고 답했다. 또 '검찰총장이 할 수 있는 얘기라고 보느냐'는 거듭된 질문에는 "지켜보겠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박상기 법무부 장관이 검찰과 상의하지 않고 수사권 조정 협의 작업을 진행 중'이라는 문 총장의 주장에 대해 "박 장관과 문 총장 사이에 어느 정도 얘기가 되고 있는지는 잘 모른다. 박 장관이 김부겸 행정안전부 장관과 협의한 내용을 구체적인 것까지는 문 총장과 상의를 안 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박 장관이 지금 해외에 나가 있는데 돌아오면 논의할 것으로 안다"며 "최근에는 (문 총장과의 협의에) 간격이 있었던 것으로 알지만 뭔가 진전될 때마다 단계가 있지 않겠느냐"고 덧붙였다.
그는 수사권 조정을 둘러싼 청와대의 지휘·조정 역할이 원활하지 않다는 지적에 "이 문제가 워낙 뿌리 깊고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여서 지휘 조정이 쉽지는 않다"며 "노무현 정부도 공약으로 내걸고 5년 내내 다뤘지만, 매듭을 못 지었다"고 말했다.
경찰도 "검·경 수사구조 개혁은 국민의 뜻이 반영된 시대의 흐름"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이철성 경찰청장은 이날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에서 열린 전국경찰화상회의에서 "(수사권 조정은) 조직 이기주의나 경찰을 위한 것이 아닌 국민을 위해 거스를 수 없는 시대적 요청"이라고 말했다. 이는 전날 검·경 수사권 조정으로 경찰 조직 비대화가 우려된다며 날 선 비판을 했던 문무일 검찰총장의 발언을 염두에 둔 것으로 해석된다. 현재 검찰은 일부 수사 권한을 경찰로 넘겨야 한다는 점에서, 경찰은 수사권 조정의 핵심인 검찰의 독점적 영장청구권 폐지 논의가 조정안에 포함되지 않았다는 점에서 두 수사기관의 팽팽한 기 싸움이 이어지고 있다.
이 청장은 경찰 권력 비대화 우려에 대해 "오직 국민의 시각에서 인권 보호와 국민 편익 증진에 초점을 맞추고 더 높은 수준의 전문성과 인권의식을 갖추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며 "아직 최종안이 확정되지 않았고 논의가 남아 있지만 의미 있는 결론이 도출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경찰 관계자는 "'의미있는 결론'은 기존에 공개됐던 내용을 그대로 유지하는 선이 될 가능성이 높다"며 "사실상 한꺼번에 권한과 책임을 다 가져오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판단한 것 같다"고 전했다.
문 총장이 검·경 수사권 조정의 선결과제로 꼽은 자치경찰제 도입에 대해 이 청장은 "경찰은 과거와의 단절을 선언하고 오로지 국민만 바라보겠다는 약속 아래 경찰 개혁을 추진해 왔다"며 "자치경찰제 도입과 경찰위원회 실질화 등 경찰권 분산과 민주적 통제 장치를 조속히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이날 청와대와 경찰 측 발언에 대해 검찰은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전날 문 총장은 기자간담회에서 "'자치경찰제'가 아닌 중앙집권적 단일조직인 '국가경찰제'를 운영하는 나라는 전세계에서 한국이 유일하다"며 "대통령 공약과 정부 국정과제 이행
[오수현 기자 / 이용건 기자 / 성승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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