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앵커멘트 】
아기 사슴을 닮았다고 해서 이름 붙여진 소록도, 그런데 요즘 그 사슴 때문에 섬 안에 소동이 벌어지고 있다고 합니다.
사슴이 점령해버린 소록도를 정치훈 기자가 다녀왔습니다.
【 기자 】
전남 고흥반도 끝자락에 있는 소록도입니다.
섬 안쪽 산에 올라가니 금세 사슴 한 마리가 나타납니다.
마치 섬 주인인 양 취재진 쪽을 바라보더니 이번에는 무리가 떼 지어 지나갑니다.
바닥에는 온통 사슴 배설물뿐이고, 풀 한 포기 자라지 못합니다.
지난 1980년대 한 독지가가 한센병 환자들을 위해 사슴 2마리를 풀어놓았는데, 포식자가 없다 보니 그 수가 500마리까지 늘어났습니다.
▶ 스탠딩 : 정치훈 / 기자
- "이제는 불청객이 된 사슴떼가 보시는 것처럼 풀과 나무를 모두 갉아먹은 통에 울창했던 숲이 말라 죽어가고 있습니다."
먹이가 부족해진 사슴떼는 마을 언저리까지 내려와 주민들을 괴롭힙니다.
▶ 인터뷰 : 강선봉 / 소록도 주민
- "채소라도 심어 먹으려고 하면 울타리를 한 치면 (농사를) 못 지어요. 외형은 소나무가 있지만, 속살이 다 작살났어."
사정은 이렇지만, 섬에서 사슴을 몰아내기가 쉽지 않습니다.
▶ 인터뷰 : 박병수 / 국립소록도병원 시설계장
- "멧돼지나 다른 유해동물 같으면 신고를 하면 포수들이 와서 사살해서 나갈 수 있지만, 사슴은 유해동물이 아니기 때문에 생포해서 나가야 합니다."
한 때 한센병 환자들에게 위안이 되기도 했지만, 이제는 훼방꾼이 된 사슴떼를 어떻게 처리해야 할지 고민이 깊어지고 있습니다.
MBN뉴스 정치훈입니다. [ pressjeong@mbn.co.kr ]
영상취재 : 최양규 기자
영상편집 : 오혜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