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쇼프로젝트의 시니어 모델들이 워킹 수업 중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 = 김민지 인턴기자] |
조카뻘 워킹 선생님의 지시에 따라 희끗희끗한 머리를 휘날리며 모델들이 런웨이를 걷고 있다. 이들의 평균 연령은 60세가 훌쩍 넘는다. 바로 모델 아카데미 '더쇼프로젝트'에서 교육받는 시니어 모델들이다. 대한민국 최고령 모델들인셈이지만 하이힐을 신고 남다른 패션 감각을 뽐내는 이들의 열정은 20대 못지않다.
배움의 열의로 가득한 16명의 시니어 모델 학생들과 지난 3일 워킹 수업을 들어봤다.
수업 시작 10분 전. 한껏 멋 낸 시니어 모델들이 서울 강남구 압구정에 있는 아카데미로 속속 모였다. 패션 모델답게 그날의 대화 주제는 '청일점' 김칠두 씨(64)의 재킷이었다.
식당을 운영하다가 딸의 추천으로 늦은 나이에 패션 모델이 된 김 씨는 전부터 패션에 관심이 많았다고 한다. 최근엔 최화자 씨(76)와 함께 시니어 모델로서는 최초로 2018 F/W 헤라서울패션위크 '키미제이' 패션쇼에서 메인으로 런웨이에 올랐다.
이곳에서 시니어 모델 수업을 듣는 60명 중 남성 4명을 제외하면 모두 여성이다. 주로 사회적인 시선·여건 때문에 모델에 대한 꿈을 억누르다 아이를 다 키우고 늦게나마 꿈을 실현하기 위해 모델 교육을 받는 여성들이다.
↑ 최범강 이사 지시에 따라 자세를 바로잡는 시니어 모델 학생들. [사진 = 김민지 인턴기자] |
수업은 지난주 주말에 있었던 신촌 야외 패션쇼에 대한 더쇼프로젝트 이사이자 워킹 수업 레슨을 맡은 최범강 씨(39)의 피드백으로 시작했다. 이곳 시니어 모델들은 지난달 31일 신촌 명물 거리 한복판에서 각자 자신에게 잘 어울리는 옷을 입고 패션쇼를 펼쳐 박수갈채를 받았다. 최 이사는 "정말 깔끔했던 쇼였고, 절로 박수가 나왔다"는 소감을 말했다.
일본에서 시니어 모델을 하러 한국으로 건너온 교포 한보라 씨(66)도 신촌 패션쇼에 참여했다. 한 씨는 "어렸을 때 우리가 못 살았을 땐 40대만 돼도 할머니였지만 지금은 60대들도 아주 젊고 지금이라도 모델을 할 수 있어서 너무 좋다"고 말했다.
최 이사는 신촌 패션쇼에 대한 총평을 끝낸 후 본격적인 워킹 수업을 진행했다. 수업은 젊은 전문 모델들의 수업과 동일한 커리큘럼을 따른다. 뮤지컬 '맘마미아' 수록곡이 흘러 나오고 워킹을 시작하자 시니어 모델들은 웃음기 싹 걷어낸 표정으로 진지하게 임했다.
시니어 모델들은 복잡한 대형 속에서도 침착함을 잃지 않고 각자 위치에서 포즈를 취했다. 또 엔딩 포즈만 집중적으로 최 이사의 시범을 보며 연습하기도 했다.
더쇼프로젝트의 시니어 모델 과정은 총 2년 과정으로 6개월 한 학기에 수강료 104만 원이다. 여기에 워킹·포토·연기수업이 포함됐고 마지막 학기엔 모델 교수법도 배운다.
전직 모델이자 패션쇼 기획·연출가인 정영주 더쇼프로젝트 대표(46)는 "약 10년 전부터 '시니어 모델'이란 개념이 우리나라에 생겼는데 그때부터 교육기관에서 어르신들을 가르쳤다"며 "(더쇼프로젝트는) 전문 시니어 모델을 육성할 수 있을 만큼 체계적인 교육 시스템을 갖췄다"고 밝혔다.
↑ 지난달 31일 신촌 명물 거리에서 숙련된 워킹 실력을 뽐낸 김칠두 씨(64). [사진 = 김민지 인턴기자] |
외국계 회사의 지사장을 지내다 시니어 모델로 '인생 2막'을 연 김경숙 씨는 "시니어들은 인생 그 자체가 모델로서의 개성이 된다"며 "남의 몸매와 비교하지 말고 키가 작아도, 몸이 날씬하지 않아도 누구나 시니어 모델이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디지털뉴스국 김민지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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