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취 문제에 촉각…일부 노조 "책임지고 퇴진해야"
오늘(16일) 황창규 회장의 경찰 소환 소식이 알려지자 KT 내부에서는 "올 것이 왔다"는 분위기입니다.
지난 1월 말 압수수색 이후 예상했던 수순이라는 반응이 지배적이지만 황 회장의 거취 문제로 불똥이 튈까 긴장하는 기색 또한 역력했습니다.
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는 황 회장을 정치자금법 위반 피의자 신분으로 내일(17일) 오전 10시 서울 서대문구 미근동 본청으로 불러 조사한다고 오늘(16일) 밝혔다.
KT 현직 CEO(최고경영자)가 경찰에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되는 것은 2002년 민영화 이후 이번이 처음입니다.
경찰은 지난 주말새 KT와 황 회장 소환 일정을 조율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황 회장은 KT 전·현직 임원들이 2014∼2017년 국회의원 90여명의 후원회에 KT 법인자금으로 4억3천여만원을 후원한 것과 관련해 이를 지시하거나 보고받는 등 관여한 혐의를 받고 있습니다.
황 회장의 소환 조사는 지난 1월 31일 경찰의 본사 압수수색 후 석 달 반 만입니다.
경찰 수사가 최고 경영진을 향하자 KT 안팎에서는 소환 시점에 촉각을 곤두세워왔습니다.
경찰의 소환통보에 KT는 "기존에 하던 것처럼 조사에 성실히 임하겠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하지만 내부에서는 경찰 수사가 황 회장의 거취 문제로 이어지지 않을까 노심초사하는 분위기입니다.
황 회장은 2016년 국정농단 사태에 연루되며 새노조와 시민단체를 중심으로 줄기차게 퇴진 요구를 받아왔습니다.
KT는 지난달 말 이사회의 권한 강화를 골자로 한 지배구조 개편안을 확정하는 등 자구책 마련에 나섰지만, 참여연대 등 시민단체와 새노조에서는 "이사회의 폐쇄적 구조가 바꾸지 않은 채 영향력만 강화했다"는 비판이 나왔습니다.
참여정부 출신 이강철 전 대통령비서실 시민사회수석비서관과 김대유 전 청와대 경제정책수석을 신임 사외이사로 선임한 것을 두고도 황 회장 퇴진 압박을 막기 위한 바람막이용이 아니냐는 지적이 불거졌습니다.
새 노조뿐 아니라 기존 노조 일각에서도 더 이상의 혼란을 막기 위해 황 회장이 결단을 내려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KT노조 정연용 본사지방본부위원장은 "국정농단 사태부터 정치자금법 위반까지 황 회장의 불법 행위가 수사기관에 의해 드러난 만큼 황 회장은 책임을 지고 이른 시일 내에 KT를 떠나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안팎의 비판에도 황 회장은 경영 의지를 굽히지 않았습니다. 자신의 거취를 둘러싼 논란을 잠재우려는 듯 경찰 수사 와중에도 적극적인
지난달 말 임직원에게 보낸 이메일에서 "지금이 국민 기업 KT를 글로벌 '넘버 원'으로 도약시킬 결정적 순간"이라며 대대적인 혁신을 재차 강조했습니다.
KT 관계자는 "수사 중인 사안에는 최대한 협조하고 있다"면서도 "대다수 직원은 외부 상황으로 더는 회사가 혼란스러워지는 걸 바라지 않는다"고 말했습니다.
[MBN 온라인뉴스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