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뿌리기 갑질' 이후 대한항공 비리에 대한 제보가 쏟아져나오자 경찰, 검찰, 관세청 등 사정당국이 한진그룹 총수 일가에 대한 전방위적인 압박 강도를 갈수록 높이고 있다. 먼저 한진그룹 조양호 회장(69)의 부인 이명희 일우재단 이사장(69)으로 추정되는 여성의 갑질 의혹과 관련해 피해자 진술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경찰이 의혹 발생지인 인천 영종도에서 탐문을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25일 경찰에 따르면 인천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가 이 이사장의 각종 갑질 의혹에 대해 사실관계를 확인 중이다. 이 이사장의 갑질 의혹을 내사하고 있는 서울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가 지난 23일 인천경찰청에 공조를 요청한데 따른 조치로 알려졌다.
인천경찰청 광역수사대는 총 6개반 중 2개반 등 총 10명을 이번 의혹 사건 수사에 투입했다. 이에 따라 경찰은 영종도에 있는 그랜드 하얏트 호텔 인근에서 탐문을 벌이고 있다. 경찰은 탐문을 통해 당시 증축 공사를 맡았던 업체를 수소문하고 동영상 제보자를 통해 피해자 등 관련 첩보를 수집할 계획이다.
현재 이 이사장은 4년 전인 2014년 '땅콩회항'사건 당사자인 큰딸 조현아 씨(44)가 대표였던 인천시 중구 영종도 그랜드 하얏트 인천 호텔에서 공사 관계자들에게 폭언과 욕설을 한 의혹을 받고 있다. 한 여직원의 등을 밀치고 직원이 들고 있던 서류뭉치를 바닥에 내동댕이치는 등 심하게 화를 내는 모습이 포착된 것으로 알려졌다.
한진그룹 총수일가 비리 조사의 도화선이 된 조현민 대한항공 전무의 '물뿌리기 갑질' 수사도 속도를 내고 있다. 같은날 서울 강서경찰서는 광고대행사 직원에게 음료를 던진 혐의를 받고 있는 조 전무에게 업무방해 혐의를 추가 적용할 것을 고려 중이라고 밝혔다. 회의 도중 직원에게 음료를 뿌린 행위가 광고대행사의 정상적인 업무를 방해한 결과를 초래했다는 판단에서다. 경찰 관계자는 또한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서 받은 휴대전화 디지털포렌식 결과를 검토해 다음주 초에 조 전무를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할 방침이다.
한편 조 전무의 '물뿌리기 갑질' 논란이 '항공사-인천세관 유착 의혹'으로까지 번지자 관세청은 이날 내부 감찰에 들어갔다. 하루 전까지만 해도 내부 감찰을 검토하지 않고 있다는 입장을 빠르게 바꾼 이유에 대해 관세청 관계자는 "알려지기 시작한 폭로 중 일부는 시점이나 당시 직책을 짐작할 만한 정보가 담겨 있어서 인천세관 직원 일부를 대상으로 내부 조사하기로 어제 밤에 결정하고 25일 아침에 본격적으로 감찰에 착수한 것"이라고 말했다. 같은날 오전 대전 관세청 본청에서는 감사실과 조사국 관계자 등이 회의를 열고 내부 감찰을 위한 긴급 회의를 열었다.
관세청 인천본부세관은 SNS를 통해 직접 제보 수집에 나서기도 했다. 인천세관은 24일부터 카카오톡 오픈 채팅방에 '인천세관이 제보를 받습니다'라는 제목의 제보방을 만들고 한진그룹 오나 일가의 밀수·탈세 행위를 입증할만한 증거를 찾아나섰다. 다음날인 25일에는 텔레그램을 통해서도 제보를 모으고 있다.
관세청 관계자는 "불특정 다수 국민을 상대로 대대적인 익명 정보 수집에 나선 것은 언론에 제보한 직원들이 수사를 꺼리기 때문"이라며 "그룹 직원들과 접촉을 시도했지만 모두 사내 보복이나 공범으로 몰릴 것 등을 우려해 협조를 거부했다"고 전했다.
앞서 두 차례에 걸친 압수수색과 관련해 관세청 관계자는 "당장은 추가 압수수색 계획은 없다"며 "오너 일가 3곳 자택과 대한항공 등 사무실 압색을 통해
[인천 = 지홍구 기자 / 김인오 기자 / 이희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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