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진그룹 총수일가의 갑질과 범법행위 의혹에 대한 사정당국의 수사가 갈수록 강도를 높이고 있다. 2일 관세청은 밀수·탈세 혐의를 받고 있는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의 자택을 압수수색했다. 관세청이 조 회장의 자택을 압수수색한 것은 지난달 21일 이후 두 번째다.
관세청은 이날 오전 조 회장과 부인 이명희 일우재단 이사장, 딸 조현민 전 대한항공 전무 등이 사는 서울 종로구 평창동 자택을 압수수색했다고 밝혔다. 인천공항 제2터미널 대한항공 수하물서비스팀과 의전팀, 강서구 방화동 본사 전산센터, 서울 서소문 ㈜한진 서울국제물류지점에 대해서도 압수수색을 했다.
관세청 인천세관은 지난달 21일 조현아·원태·현민의 자택과 인천공항 사무실을 상대로 압수수색을 한 데 이어, 이틀 뒤에는 본사 전산센터 등 3곳을 상대로 전방위 압수수색을 벌인 바 있다.
이번 조사는 최근 관세청에 조 전무 자택에 공개되지 않은 '비밀 공간'이 있다는 추가 제보에 따라 이뤄진 것으로 전해졌다. 관세청 관계자는 "최근 조 전무 자택에 지난 번 압수수색 때 확인하지 못한 공간이 있다는 제보가 접수됐다"고 말했다. 대한항공 내부 직원에 따르면 비밀방은 안방 드레스룸 안쪽과 찾기 어려운 다락방 벽쪽에 위치한 것으로 알려졌다.
세관의 이번 압수수색은 이 이사장과 조 전 전무 밀수·탈세 혐의를 염두한 것으로 보인다.
최근 한진일가 해외 신용카드 내역 분석 과정에서 조 회장은 카드 사용액이 0원으로 나타나면서 세관 수사는 일단 세 모녀로 집중되고 있다. 김영문 관세청장은 최근 기자들과 만나 세관 소환 조사 대상으로 이씨와 조 전 전무, 조현아 전 칼호텔네트워크 사장 등 3명을 거론하기도 했다.
한편 이른바 '물컵 갑질'로 국민적 공분을 산 조 전 전무는 경찰 소환조사에서 자신에게 적용된 혐의를 전면 부인했다.
조 전 전무는 지난 1일 서울 양천구 소재 강서경찰서에 피의자 신분으로 출석해 15시간 가량 조사를 받았다. 2일 강서서에 따르면 그는 광고대행사 직원에게 물컵을 던지고 매실 음료를 뿌렸다는 혐의(폭행과 위력에 의한 업무방해)를 모두 부인했다.
조 전 전무는 먼저 광고대행사 직원을 향해 유리컵을 투척했느냐는 의혹에 대해선 "광고대행사에 질문을 했는데 대답이 없자 무시하는 거라 생각해 화가 났다"며 "유리컵을 사람이 없는 45도 우측 뒤 벽 쪽으로 던졌다"고 진술했다. 유리컵을 사람에게 던지면 특수폭행죄 적용을 받을 수 있다. 이에 경찰은 그동안 이 부분을 집중 조사해왔다.
조 전 전무는 광고대행사 직원 면전에 종이컵에 담긴 매실 음료를 뿌렸다는 의혹도 부인했다. 그는 "음료가 담긴 종이컵을 사람을 향해 뿌린게 아니다"며 "자리에 앉은 상태에서 출입구 방향으로 손등으로 밀쳤는데 음료수가 튀어서 피해자들이 맞은 것"이라고 해명했다.
위력에 의한 업무방해 혐의와 증거인멸 혐의 역시 사실이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조 전 전무는 " 자신이 해당업무에 대한 결정 권한이 있는 총괄책임자이며, 본인의 업무"라고 밝혔다. 광고대행사 업무를 방해한 것이 아니라 자신의 업무를 챙겼다는 의미다.
증거인멸 의혹에 대해서도 대한항공 관계자와 수습 대책에 대해 상의를 했을 뿐 게시글을 삭제하거나 댓글 달도록 지시한 적은 없다는 주장이다.
경찰은 그간 확보한 증거와 진술을 토대로 조 전 전무에 대한 구속영장 신청 여부를 검토하는 등 신병처리 방안을 판단하고 있다. 경찰 측은 "아직 신병처리에 관해 정해진 바가 없다"는 입장이다.
한진그룹 총수일가의 각종 비리 의혹에 분노한 대한항공 직원들은 오는 4일 오후 7시께 서울 도심에서 촛불집회를 열기로 합의했다. 대한항공 오너 일가의 갑질을 폭로하기 위해 만들어진
[윤원섭 기자 / 이희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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