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희 정권의 유신체제 당시 긴급조치 9호에 따라 영장 없이 체포·구금됐다가 긴급조치 위반이 아닌 다른 혐의로 유죄를 확정 받은 경우에도 재심사유에 해당한다는 대법원 첫 결정이 나왔다.
3일 대법원 2부(주심 고영한 대법관)는 지난 2일 검찰의 서울고법 재심 일부인용결정에 대한 재항고 사건에서 검찰의 항고를 기각하고 재심 결정을 확정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당시 법령에 의해 불법체포·감금죄가 성립하는 경우에만 형사소송법 제420조 제7호의 재심사유가 인정된다고 해석하는 것은 위헌적 법령으로 인해 갖출 수 없게 된 요건을 요구하며 재심사유를 부정하는 것이 돼 부당하다"고 밝혔다. 이어 "이런 경우를 재심사유로 인정하지 않는다면 확정판결에 중대한 하자가 있는 경우 법적 안정성을 후퇴시키더라도 구체적 정의를 실현하고자 하는 재심제도의 이념에도 반한다"고 설명했다.
대법원은 그동안 긴급조치위반죄로 유죄가 확정된 경우만 재심을 허용했다.
최모씨는 1979년 7월 긴급조치 9호를 위반했다는 이유로 영장 없이 체포·구금돼 수사를 받았다. 당시 경찰은 긴급조치위반 혐의뿐만 아니라 반공법 위반, 사기 업무상 횡령 등 혐의로 그를 재판에 넘겼다.
같은 해 12월 항소심 재판 중 긴
대법원은 2013년 4월 긴급조치 9호가 위헌이라고 판단했다. 이후 사망한 최씨 대신 아들이 서울고법에 재심을 청구했고 법원은 재심 개시를 결정했다.
[채종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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