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과 조현민 전 전무가 지난 9년 동안 1주일에 2~3회씩 대한항공 해외지점으로부터 각종 물품을 배달받았다는 전·현직 직원들의 제보가 나왔다.
직원들은 최근 총수일가에 대한 갑질과 밀수 의혹이 쏟아지자, 회사가 해당 사실을 감추기 위해 증거인멸을 지시했다고도 토로했다. 그간 두 자매가 해외 물품을 밀반입하며 대한항공을 '개인 택배'처럼 이용했다는 의혹은 많았지만 해외지점 직원의 구체적인 증언과 자료가 공개된 건 이번이 처음이다.
3일 대한항공 관계사 해외지점에서 근무했던 전직 직원 A씨는 대한항공 갑질 비리 직원제보방에 조씨 자매의 상습 밀수입을 뒷받침할 음성 녹취파일 2개를 공개했다. 녹취파일에는 조씨 자매의 밀수입 정황에 대한 제보와 사측으로부터 증거인멸 지시를 받은 대한항공 해외지점 현직 직원들이 나눈 대화 녹취 내용이 각각 담겼다.
녹취록에 따르면 조씨 자매는 외국 특정도시에서 온라인 쇼핑을 한 뒤, 물품을 국내로 반입할 때 대한항공 해외지점을 이용해 세관당국을 피했던 것으로 추정된다. A씨는 "한국에서 조씨 자매가 구입한 물품을 담을 빈 이민가방을 해외지점에 보내면, 해당 지점장이 이를 채워서 다시 돌려보낸다"며 "일주일에 평균 2번 큰 이민가방과 작은 가방 2개 가량을 받아 한국행 여객기까지 운반했다"고 밝혔다. 밀수 물품은 명품가방이나 스포츠용품, 초콜릿, 과자, 생활 필수품까지 다양한 것으로 파악됐다.
자매가 밀수입에 사용될 빈가방을 보낸 날짜도 공개됐다. A씨에 따르면 해당 지점 직원들은 2월5일, 2월13일, 2월22일, 3월1일, 3월5일, 4월5일 빈 가방을 픽업했다. 또다른 현직 직원 B씨는 "빈가방이 오면 바로바로 (물건을 채워) 보내야지 안 그럼 난리가 난다"고 토로했다.
B씨에 따르면 올해 2월 전까지는 조씨 자매가 쇼핑한 물품이 박스 채로 운반됐다. 하지만 그는 "세관 당국에서 이를 문제 삼자 박스가 아닌 이민가방으로 바뀌었다"고 말했다. 이어 "한국(공항)에서는 제가 듣기로는 통관 자체가 넘어간 것 같다. 공항은 예민한 곳이라 누구나 법을 지켜야 하는데, 특권층이라고 법을 무시하는 것은 굉장히 비통한 일"이라고 말했다.
또다른 녹취파일에는 본사에서 파견된 40대 직원이 해외지점 직원들에게 증거인멸을 지시했다는 대화 내용이 담겼다. 해당 파일은 갑질 파문이 한창이던 지난달 23일 해외지점 청사 앞에서 녹음됐다. 녹취록에 따르면 직원들은 "조현아와 조현민의 물품 구매와 관련된 이메일 내용을 모두 지우라고 지시가 내려왔다"고 발언한다. A씨는 조씨 자매의 물품을 총괄하는 인천공항 대한항공 직원과 주고받은 메일을 지우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대한항공 측은 "제보자가 진짜 당사의 해외 지점 직원인지 알 수 없으며 주장의 진실성 또한 의심된다"며 "회사 차원에서 조직적으로 은폐 지시를 내린 바도 없다"고 반박했다.
한진그룹 총수일가의 각종 비리 의혹에 분노한 대한항공 직원들은 오는 4일 오후 7시께 서울 도심에서 촛불집회를 열기로 합의했다. 최근 대한항
[이희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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