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현민 전 대한항공 전무의 '갑질 논란'이 그가 부사장으로 있던 한진그룹 계열 저비용항공사(LCC) 진에어로까지 옮겨붙었습니다.
진에어 직원들은 지난 2일 익명이 보장되는 카카오톡 오픈 채팅방에 '진에어 갑질 불법 비리 제보방'을 만들어 조 전 부사장의 '갑질' 의혹과 경영상 문제점을 쏟아내고 있습니다.
이 제보방은 대한항공 직원들이 만든 익명 채팅방에서 활동하던 진에어 직원들이 "진에어가 더 심하다"면서 새로 만들었습니다.
이 공간에는 어제(4일) 500명 넘는 직원이 모여 진에어의 부당하고 비합리적인 처우 등 사례를 쏟아냈습니다.
직원들은 특히 진에어가 유니폼으로 청바지를 고집하는 것도 조 전 부사장의 '갑질'의 결과라고 주장했습니다.
2008년 1월 설립된 진에어는 국내 항공사 가운데 유일하게 승무원 유니폼을 청바지로 정했습니다. 오는 7월 취항 10주년을 앞두고 진에어는 새 유니폼으로 교체를 추진했는데, 이번에도 꽉 끼는 '스키니진' 청바지를 선정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를 두고 직원들은 "조현민 전 부사장이 청바지를 좋아해 유니폼을 스키니진으로 정했다"면서 "직원들이 건강과 업무 효율성 문제로 불편하다고 호소해도 회사가 받아들이지 않았다"고 주장했습니다.
진에어 승무원 A씨는 "몸에 꽉 끼는 청바지를 입고 오랜 시간 비행하다 보니 방광염이나 질염으로 고생하는 승무원이 많다"며 "병원에서는 신체적 압박이나 혈액순환 등에 어려움이 많은 청바지를 되도록 피하라고 하는데 회사에서는 이런 건의를 귀담아듣지 않는다"고 말했습니다.
진에어 승무원 B씨도 "스키니진은 승객들도 비행기 탈 때 피하는 옷차림인데, 그런 옷을 매일 입어야 해 여러 질병에 시달린다"며 "이 때문에 쓰러졌던 승무원도 있었고, 당시 의사가 이런 옷을 입고 비행기에서 일하는 건 말도 안 된다고 했다"고 말했습니다.
비상상황에서 승객 안전을 담당하는 승무원에게 청바지 유니폼이 부적절하다는 목소리도 나왔습니다.
진에어 승무원 C씨는 "비행기 비상 착수 시 승무원이 물에 빠질 경우 구명조끼를 착용해도 물을 흡수한 청바지 때문에 몸이 무거워 비상 탈출을 정상적으로 수행하기 어렵다"고 지적했습니다.
이처럼 채팅방에서 문제 제기가 이어지자 진에어는 발 빠른 수습에 나섰습니다.
진에어는 그저께(3일) 오후 직원들에게 이메일을 보내 "어제(4일) 오전 9시부터 객실 승무원 신규 유니폼에 대한 개인별 사이즈 피팅을 일시 중시한다"고 공지했습니다.
이어 "유니폼과 관련해 여러분이 느끼는 어려운 점에 대하여 더 고민하고 개선 방법을 모색하겠다"며 "제작에 들어가기 전에 시간을 갖고 관련 부서와 개선 방법을 논의하겠다"고 전했습니다.
객실 승무원이 국내선 비행기 청소를 하는 실태에 대한 문제 제기도 있었습니다.
승무원 D씨는 "진에어는 국내선 기내 청소를 객실 승무원에게 시킨다"면서 "무임금, 무수당으로 몇 년째 청소를 계속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승객 안전에 집중해야 할 승무원이 비행기 출발 전 휴식도 없이 청소한다면 비행 시 안전은 누가 지킬 수 있겠느냐"고 토로했습니다.
기내 면세품 판매 시 계산 착오로 '쇼트'(판매금 부족)가 발생하면, 이를 승무원이 손님에게 직접 연락해 차액을 받아야 하는 상황이 부당하다는 지적도 나왔습니다.
이 과정에서 승무원 개인정보가 유출돼 성희롱이나 스토킹 대상이 되는 일도 있으며 승객이 불만을 제기해 차액을 받지 못하면 승무원이 사비로 메워야 하는 일도 잦다고 직원들은 설명했습니다.
이런 불만에도 진에어는 바로 해결책을 내놨습니다.
진에어는 어제(4일) 면세품 판매금 오류 시 객실 승무원이 승객과 직접 통화하는 것을 중지하도록 사내
또 승무원의 국내선 기내 청소의 경우 김포∼제주 구간은 작년 9월부터 없앴으며 앞으로 승무원에게 청소 업무를 맡기지 않는 방향으로 제도를 개선하겠다고 했습니다.
업계 관계자는 "대한항공이 각종 의혹과 논란에 늑장 대응으로 화를 키운 것을 보고 반면교사로 삼은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습니다.
[MBN 온라인뉴스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