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단 단원들을 상습적으로 성추행한 혐의로 구속기소 된 연극연출가 이윤택 전 연희단거리패 예술감독 측이 법정에서 성추행이 아니라 '연기지도 방법의 하나'였다며 혐의를 부인했습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0부는 오늘(9일) 유사강간치상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이 전 감독의 첫 공판준비기일을 열었습니다.
공판준비 절차는 정식 재판과 달리 피고인의 출석 의무가 없지만 이 전 감독은 녹색 수의를 입은 채 직접 법정에 나왔습니다.
이 전 감독은 연희단거리패 창단자이자 실질적인 운영자로 배우 선정 등 극단 운영에 절대적 권한을 가진 점을 이용해 2010년 7월부터 2016년 12월 여성 배우 8명을 23차례에 걸쳐 상습적으로 성추행한 혐의로 지난달 기소됐습니다.
제작년(2016년) 12월 여성 배우의 신체 부위에 손을 대고 연기 연습을 시켜 우울증 등의 상해를 가한 혐의도 받습니다.
이 전 감독 측 변호인은 "보는 관점에 따라서 피고인의 연극에 대한 열정이자 독특한 연기지도 방법의 하나일 뿐"이라며 "연극배우가 무대에서 마이크 없이 발성하기 위해 호흡을 지도하는 방법으로 인식하고 지도해온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독특한 연기지도 방법에 대해서는 "다수의 연희단거리패 단원들은 그런 연습방법에 대해 다 수긍했다"며 "피고인 입장에서 연극배우가 무대에서 마이크 없이 발성하기 위해서는 단전에 힘이 들어가야 하고 흉식이 아닌 복식으로 호흡해야 음을 낼 수 있는데 이 부분(손을 갖다댄 부위)에 힘을 줘서 소리를 내라는 지도방법"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이어 "피고인의 행위가 정당하거나 잘못한 게 없다고 주장하는 것이 아니라 진상이 왜곡됐다는 것"이라며 "오랜 합숙으로 피곤한 상태에서 일어난 일로 폭행·협박이 있거나 의사와 관계없이 갑자기 손을 끌어당겼다는 것은 사실과 다르다"고 강조했습니다.
이 전 감독 측은 공소장에 피해자들의 실명이 아닌 가명이 기재된 것에 대해서 문제를 제기하기도 했습니다.
변호인은 "누가 무슨 진술을 한 것인지 가늠할 수가 없다"며 "이런 상태로 재판을 진행한다면 마치 인민재판식인데 여론몰이가 되지 않을까 (우려된다)"고 말했습니다.
이에 검찰 측은 "피고인의 기억력이 상당히 좋은 편이어서 (진술한 피해자가) 누군지 다 알고 있다"며 "변호인도 그 점을 고려해달라"고 요청했습니다.
이 전 감독 측은 피해자들
재판부는 한 차례 준비기일을 더 열어 피해자 진술 등에 대한 이 전 감독 측의 의견을 듣고 정식 재판을 열기로 했습니다.
다음 준비기일은 25일 오후 2시에 열립니다.
[MBN 온라인뉴스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