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몇 년간 시장에서 돌풍을 일으킨 '매운 치킨'의 인기가 예전만 못합니다. 대신 덜 매운 '단맛'과 '단짠'(단맛+짠맛)이 상대적으로 주목받고 있습니다.
오늘(13일) 치킨업계에 따르면 2016년 이래 그야말로 '화끈한 활약'을 펼치던 주요 브랜드의 매운 치킨의 매출과 인기순위는 작년과 올해 들어 다소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BBQ의 대표적인 매운 치킨인 '마라핫치킨'은 2016년 출시된 해 자체 판매량 5위에 오르며 '황금올리브'나 '시크릿양념' 같은 간판 제품들과 함께 판매 상위권에 이름을 올렸습니다.
하지만 작년에는 신제품 '써프라이드'가 약진하며 4위로 뛰어오르는 바람에 '톱5'에서 밀려났고 올해 역시 이달까지 5위권 내에 이름을 올리지 못하고 있습니다.
bhc치킨의 매운 제품인 '맵스터'도 상황은 마찬가지입니다. 맵스터는 2016년 4월 출시 당시 1∼3월 판매량이 없음에도 그해 매출 순위 5위를 기록하는 등 상당히 선전했습니다.
그러나 작년에는 신제품인 '갈비레오'가 5위 자리를 차지했고, 맵스터는 6위로 한 단계 밀려난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굽네치킨의 매운 치킨 브랜드인 '볼케이노'는 2015년 12월 출시 이래 2016년 한 해 동안에만 1천200억원의 매출액을 달성하며 이른바 '히트 상품' 반열에 올랐습니다. 지금까지 누적 매출액은 2천600억원을 기록 중입니다.
이 치킨은 매운맛을 나타내는 '스코빌 지수'가 무려 6천617SHU나 됩니다. 한국 매운맛의 대표 주자인 청양고추의 스코빌 지수가 4천∼1만 SHU임을 생각해보면 그 정도를 가늠할 수 있습니다.
굽네치킨 관계자는 "볼케이노는 2016년 자체 판매 메뉴 가운데 단번에 연간 1위를 차지할 정도로 큰 인기를 누렸다"며 "이를 토대로 지난해에는 한정판으로 매운맛을 더욱 강화한 '굽네 익스트림 볼케이노'를 출시하기도 했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나 볼케이노 역시 작년과 2016년보다는 매출이 감소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 업계 관계자는 "한 유명 치킨 브랜드의 매운 치킨은 작년과 2016년보다 매출이 30%가량 떨어졌다"고 귀띔했다.
이 같은 현상을 두고 치킨업계는 소비자들이 호기심에 매운 음식을 한 번쯤 먹어본 뒤 상대적으로 부담스럽지 않은 맛에 끌린다는 점을 짚었습니다.
한 유명 치킨업체 관계자는 "매운 치킨은 먹었을 때 아주 매운 맛에서 오는 일종의 '카타르시스'가 있다. 특히 스트레스를 받았을 때 매운맛을 찾는 경향이 있다"면서도 "감정에 따라 이른바 '꽂히는 날' 이 같은 매운 음식을 찾게 되지, 꾸준히 먹지는 않는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면서 "2016년에는 매운맛이 이슈가 돼 브랜드마다 매운 제품을 너도나도 내놨다"며 "이게 하나의 트렌드로 확 뜬 뒤 지금은 살짝 저문 상태"라고 덧붙였습니다.
다른 치킨업체 관계자는 "과거 매운 치킨이 돌풍을 일으키면서 각 회사가 제품을 내놓고 마케팅을 집중한 영향도 있다"며 "작년과올해 새 메뉴를 선보이고 적극적으로 홍보하면서 소비자가 상대적으로 새것에 관심을 돌린 것으로도 볼 수 있다. 반드시 매운 치킨 인기가 떨어진 것이라고만은 보기 어렵다"고 분석했습니다.
자극적인 매운맛을 대신하는 것은 단맛, 혹은 단맛과 짠맛이 어우러진 이른바 '단짠'입니다.
굽네치킨은 지난달 고추장 소스에 조청을 더한 '굽네 스윗 볼케이노'를 내놨고, BBQ는 앞서 올해 2월 대추를 넣은 소스에 '분짜' 소스를 아우른 '오지구이치킨'을 출시했습니다. 두 제품 모두 매콤한 맛에 단맛을 더했다는 점을 앞세웠습니다.
bhc치킨 역시 '달콤 짭짤'한 맛에 불맛을 얹고, 고구마와 연근 칩을 넣은 '소이바베큐'를 처음 선보였습니다.
bhc치킨 관계자는 "'단짠'은 매운맛을 부담스러워하는 사람도 문제없이 즐길 수 있는 맛"이라며 "1인 가족이 늘어나면서 치킨 하나를 먹어도 맛뿐 아니라 건강하고 좋은 제품을 먹고 싶어하려는 경향이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MBN 온라인뉴스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