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이 17일 '부동산 이중매매' 행위를 배임죄로 처벌해야 한다고 다시 판단했다. 부동산을 타인에게 팔기로 계약하고 중도금까지 받은 후 동일한 부동산을 제3자에게 파는 행위를 배임죄로 인정해온 기존 판례를 유지했다. 판례 변경 가능성이 제기됐던 만큼 이번 판결을 놓고 평가가 엇갈린다.
이날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권모씨(68)의 특정경제가중처벌법상 배임 혐의 등 상고심 선고에서 징역 5년을 선고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권씨는 2014년 8월 황모씨 등과 서울 금천구 가산동의 한 상가를 13억8000만원에 매도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그는 계약 당일 계약금 2억원을, 같은해 9월 중도금 6억원을 받았다. 잔금 5억8000만원은 같은해 11월 30일에 받고 소유권이전등기를 해주기로 당초 계약했다.
그는 계약이행이 지체되자 2015년 4월 다른 사람에게 동일한 상가를 15억원에 매도하고 소유권 이전등기까지 마쳤다. 이후 검찰은 그를 특경법상 배임 혐의로 기소했다.
이번 사건은 권씨의 부동산 이중매매 행위를 배임죄로 처벌할 수 있는지가 쟁점이었다. 앞서 1심은 배임 혐의를 유죄로, 2심은 무죄로 판단했다. 권씨 사건 외에도 최근 하급심에서 부동산 이중매매에 대해 유무죄가 엇갈리는 판결이 계속 나왔다. 중도금까지 받은 매도인을 배임죄 성립 주체인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로 볼 수 있는지를 놓고 법리 공방이 이어졌다. 이는 중도금이 존재하는 한국 부동산 거래의 특수성 때문에 발생한다. 대부분 선진국에서는 찾아보기 어려운 제도다.
재판부는 "매수인은 매도인이 소유권을 이전해 주리라는 신뢰를 바탕으로 중도금을 지급하는데, 이런 단계에 이르면 매도인은 매수인의 재산적 이익을 보호·관리할 신임관계에 있다고 봐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매도인이 제3자에게 부동산을 처분하는 것은 매도인으로서 당연히 하지 않아야 할 행위로 배임행위에 해당한다"고 설명했다. 또 "현재 판례 법리가 부동산 거래의 혼란을 일으키는 것도 아니고 매도인의 계약의 자유를 과도하게 제한한다고 볼 수 없다"고 덧붙였다.
다수 의견에 대해 김창석·김신·조희대·권순일·박정화 대법관은 반대 의견을 냈다. 이들 대법관은 "매도인의 소유권 이전 의무나 매수인의 대금 지급 의무 모두 매매 계약에 따른 각자의 '자기의 사무'일 뿐"이라고 밝혔다. 또 "중도금을 주고받았다고 해서 매도인이 매수인의 재산 적 이익을 보호·관리하는 관계로 변했다고 볼 근거도 없다"고 덧붙였다.
이번 판결에 대해 이인자 한국공인중개사협회 서초구 지회장은 "배임죄 처벌이 유지되면서 시장 거래 질서 안정화에 기여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반면 가정준 한국외국어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배임죄로 처벌 않더라도 개인간
[채종원 기자 / 부장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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