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 의료기관이 들어선 건물과 같은 부지에 있다는 이유만으로 약국을 못 열게 한 것은 위법하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단순히 건물의 위치나 구조만 따질 게 아니라, '의약분업'의 본래 목적에 맞게 병원과 약국 사이의 종속·담합 여부 등을 따져야 한다는 취지다.
대법원 3부(주심 김창석 대법관)는 지난 11일 위모씨가 "병원 건물과 같은 부지에 있다는 이유로 약국을 못 열게 한 처분은 부당하다"며 경남 창녕군을 상대로 낸 약국 등록사항 변경등록 불가처분 취소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부산고법에 돌려 보냈다고 24일 밝혔다.
이번 사건에서는 여러 병원이 입주한 건물과 같은 부지에 있는 다른 빌딩에 약국을 열 수 있는 지가 쟁점이었다. 약사법 제20조는 약국을 개설하려는 장소가 '의료기관의 시설 안 또는 구내'인 경우 약국 개설 등록을 받지 않도록 규정하고 있다.
재판부는 "법 규정의 '의료기관의 시설 안 또는 구내'는 구체적인 개별 의료기관을 기준으로 해야 하나, 여러 병원이 입주해 있는 건물이라도 그 자체가 의료기관이라고 볼 수는 없다"고 밝혔다. 이어 "의약분업 취지는 약국이 의료기관에 종속되는 것을 막는 데 있지, 건물 자체를 독립시키는 데 있지 않다"며 "약국 개설 장소가 병원으로부터 공간적·기능적으로 독립되지 않아 의약분업의 취지가 훼손된다고 볼 만한 특별한 사정도 없다"고 밝혔다.
판결문에 따르면 위씨는 2012년 12월 병원 4곳이 입주한 4층짜리 건물과 같은 울타리 내 있는 단층 건물에 약국 등록을 신청했지만 거부당했다. 창녕군은 해당 건물이 의료기관 시
앞서 1·2심은 "해당 건물이 병원 부지 내에 위치해 있고, 위치나 구조 상 의료 기관과 독립해 있지 않기 때문에 약사법에 어긋난다"며 원고 패소 판결했다. 하지만 대법원은 2심 재판을 다시 하라고 결정했다.
[부장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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