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대형 로펌들이 경기도 판교에 속속 분사무소를 열고 소속 변호사들을 보내 상주시키고 있다. 지난 11일 법무법인 태평양(대표 김성진)이 대형 로펌 최초로 판교에 분사무소를 연 데 이어, 법무법인 세종(대표 강신섭)도 다음달 중 사무소를 연다. 이 같은 움직임에 다른 로펌들도 판교에 진출하는 방안을 신중히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대형 로펌들이 국내에 잇따라 분사무소를 여는 것은 이례적이다. 지금까지는 국내 기업들의 해외 진출에 발 맞춰 중국·베트남 등에 현지 법인을 내는 게 일반적이었다. 국내 업무의 경우 서울 본사에서 총괄하거나, 지역 별로 소규모 연락사무소 또는 출장소 정도를 설치하는 데 그쳤다.
하지만 최근 청년창업과 스타트업 기업들이 몰려들면서 로펌들이 판교로 눈을 돌리기 시작했다. 국내 주요 정보기술(IT) 기업들과 스타트업 기업들이 밀집하면서 법률자문 수요가 빠르게 늘었기 때문이다. 또 네이버·카카오·엔씨소프트 등에 이어 현대중공업 등 주요 기업들도 성남시로 이전할 계획을 세우는 등 성장세도 빠르다. 대기업 위주의 송무·자문 영역이 포화 상태에 빠진 상황에서, 발전속도가 빠른 IT산업에서 돌파구를 찾겠다는 구상이다.
최근 새로운 스타트업 중심지로 떠오르는 서울 강북의 성수동도 로펌들의 주목을 받고 있다. 법무법인 로고스(대표 양승국)는 지난해 8월 성수동 헤이그라운드에서 소셜벤처 투자사 '에이치지이니셔티브'와 업무협약을 맺고, 스타트업 10개사에 법률자문과 컨설팅, 교육프로그램 등을 지원하고 있다. 같은 해 5월 설립한 '스타트업 센터'를 바탕으로 장래가 촉망되는 기업들에게 법률서비스 제공하고 있다.
이에 대해 "분사무소를 내고 변호사들을 상주시킨다고 당장 수익이 나올 지 의문"이란 반응도 나온다. 일부 IT 대기업을 제외하고 대부분 스타트업들이 규모가 작고, 수익을 내기까지 시간이 오래 걸리기 때문이다.
하지만 "당장 수익은 크지 않지만, 스타트업 10곳 중 1곳만 성공해도 장기적으로 이익이 된다"고 판단했다는 게 이들 로펌의 설명이다. 한 로펌 대표는 "스타트업들과 조금씩 스킨십을 늘리고, 그에 따라 미래의 확실한 고객으로 만들겠다는 전략"이라고 전했다. 이어 "특히 시장에서 어느 정도 가치를 인정받은 스타트업들은 인수·합병(M&A)이 활발하기 때문에 자문 수요가 앞으로 크게 늘어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태평양·세종 등 판교에 진출한 로펌들은 지금껏 서울에 집중됐던 고객 대상 세미나를 판교 현지에서 잇따라 개최하는 등 고객 유치에 주력하고 있다. 세종은 지난 25일 판교 스타트업캠퍼
[부장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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