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 인허가를 요청한 민원인을 설계업체에 소개해주는 대가로 수년간 억대 뇌물을 받은 구청 공무원 3명이 구속됐다. 붙잡힌 공무원 중 한 명에게 3억 6000만원 상당 뇌물을 준 의혹을 받은 임우재 전 삼성전기 고문은 혐의가 없는 것으로 드러났다.
서울지방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는 2014년부터 3년 간 6개 건축설계 업체로부터 500만원에서 1억 4000만원 상당 뇌물을 받은 서울 중구청 공무원 5명과 뇌물을 준 업체 대표 9명 등 총 14명을 특정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상 뇌물수수 등 혐의로 검거했다고 29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검거된 공무원들은 구청 건축과, 도심재생과에 근무하면서 일명 '허가방'이라 불린 특정 건축설계업체와 유착관계를 맺었다. 민원인에게 이 업체들을 소개한 공무원들은 계약이 성사된 건축인허가 업무가 신속히 진행될 수 있도록 편의를 봐 줬다. 다른 업체 요청은 반려하는 등 일부러 절차를 지연시키기도 했다. 경찰 관계자는 "계약이 성사되면 용역대금의 10% 정도를 뇌물로 공무원들이 갖는 것이 일종의 관례였다"고 말했다.
한편 임 씨에게 수억원 상당 뇌물을 줬다는 혐의를 받은 임 전 고문은 이번 경찰 수사 결과 무혐의 처리됐다. 임 씨 계좌에 입금된 금액 중 일부만 뇌물로 소명된 점도 의혹을 남겼다.
경찰은 지난해 4월부터 시작된 조사에서 임 씨에게 수십 번에 걸쳐 7억 5000여 만원이 현금으로 입금된 것을 확인했다. 임 씨는 '친분이 있는 임 전 고문이 호의로 준 돈'이라 해명했고 임 전 고문 역시 같은 취지로 진술했다.
그러나 경찰은 임 전 고문이 임 팀장에게 실제로 돈을 주지 않았다고 봤다. 임 전 고문의 계좌추적과 자택 압수수색 결과 임 전 고문이 7억 상당 현금을 건넸다고 보기 힘들고 고액 현금을 수십 차례에 걸쳐 주고받았다면서 언제 어디서 주고 받았는지는 두 사람 모두 명확히 기억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경찰 관계자는 "두 사람 사이 돈이 오고 갔다는 사실을 확인한 뒤 대가성을 판단해야 하는데, 사실 자체가 확인되지 않아 더 이상 수사가 힘들었다"고 해명했다.
경찰은 임 씨가 뇌물죄 처벌을 면하려 거짓말을 했고, 임 전 고문도 이를 도왔다고 판단했다. 재벌가 사위인 임 전 고문으로부터 호의로 돈을 빌렸다면 처벌받지 않을 수 있고 임 전 고문도 업무와 상관없이 돈을 빌려줬으므로 처벌 받지 않을 거라 판단해 임 씨를 위해 거짓말을 해줬다는 것이 경찰의 해석이다. 그러나 임 전 고문이 임 씨를 도운 동기에 대해서는 경찰 역시 뚜렷한 답을 내 놓지 못했다.
[강인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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