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의사당 100m 안에서 열린 집회를 원천적으로 금지한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집시법) 조항은 헌법에 어긋난다는 헌법재판소 결정이 나왔다. 아울러 폭력 행위 등 집회가 과열될 경우 경찰이 물대포(속칭 '물포')에 캡사이신 등 최루액을 섞어 뿌릴 수 있게 한 것에 대해서도 위헌 결정이 내려졌다. 국민들의 집회의 자유 등 기본권을 과도하게 침해한다는 취지다. 다만 이번 헌재 결정으로 불법 폭력시위에 대응이 힘들어 질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헌재는 31일 집시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A씨가 "국민 여론을 수렴해야 하는 국회 근처에서 아무런 예외도 없이 집회를 전면 금지한 것은 위헌"이라며 낸 헌법소원 사건에서 재판관 전원일치 의견으로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다. 다만 국회 인근 집회를 구체적으로 어떻게 허용할 지는 입법으로 해결할 사안으로 보고, 2019년 12월 31일까지 국회가 관련 법을 개정하도록 했다. 헌법불합치란 헌법에는 어긋나지만, 곧바로 위헌 결정을 내리면 사회적 혼란이 생길 수 있어 일시적으로 법의 효력을 인정하는 위헌 결정 방식이다.
현행 집시법 11조는 국회 100m 안에선 옥외집회나 시위를 전면적으로 금지하고, 이를 어길 경우 형사 처벌하도록 규정한다. A씨는 2011년 11월 국회 앞에서 열린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반대 집회에 참가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고, 법원에 위헌법률심판 제청을 신청했지만 거부당하자 직접 헌법소원을 냈다.
헌재는 "국회의 특수성과 중요성을 고려한다 하더라도 국회의사당 인근에서 집회의 장소를 제한하는 것은 필요 최소한에 그쳐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위험 상황이 구체적으로 존재하지 않는 경우까지도 예외 없이 국회의사당 인근의 집회를 금지하는 것은 필요한 범위를 넘는 과도한 제한"이라고 지적했다. 업무를 하지 않는 공휴일에 열리는 집회 또는 폭력 행위를 낳을 가능성이 적은 소규모집회 등 집회를 허용할 수 있는 조건을 명시해 법을 개정해야 된다는 판단이다.
헌재는 같은 날 2015년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 집회에서 캡사이신 등 최루액을 섞은 경찰 물대포를 맞고 피해를 입은 장모씨 등 2명이 "경찰이 법적 근거도 없이 국민의 생명권을 위협하고 있다"며 낸 헌법소원 사건에서 재판관 7(위헌)대 2(합헌) 의견으로 위헌 결정했다.
헌재는 "살수차로 최루액을 분사하는 '혼합살수방법'의 구체적 사용기준을 경찰청 내부 지침에 맡겨둔 결과, 부적절한 운용으로 시위 참가자가 사망하거나 다치는 사고가 계속 발생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살수차 운용을 엄격하게 제한함으로써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도모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반면 김창종·조용호 재판관은 "혼합살수행위는 급박한 위험을 억제하고 사회공공의 질서를 유지하기 위한 것으로서 그 목적의 정당성 및 수단의 적절성이 인정된다"며 합헌 의견을 냈다.
이번 헌재 결정에 대해 일각에선 대규모 시위에서 폭력 행위가 더 빈번해지고, 이를 통제하기 어려워 질 수 있다는 염려도 나온다. 경찰 관계자들은 헌재 결정 취지에 공감하면서도 격렬한 집회 현장에서 질서를 유지할 수 있는 다른 장치가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모았다. 서울 A경찰서 관계자는 "집회 대처의 방침이나 전략적인 부분은 경찰청이나 서울지방경찰청이 결정할 부분"이라면서도 "법에 맞게 하다가 문제가 많이 생기면 또 입법 과정에서 조정이 있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서울 B경찰서 관계자는 국회의사당 100m이내에서 집회를 허용하는 결정에 대해 "공공의 안녕과 질서에 위협이 안 된다면 그런 부분은 전향적으로 생각할 수 있다고 보지만 그러지 않은 경우에 대비해 법적으로 명확한 기준이
[부장원 기자 / 강인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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