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용산구 소재 노후화 된 4층짜리 상가 건물이 대낮에 갑자기 무너져 내려 당국이 원인 파악에 나섰다. 다행히 인적이 많지 않은 일요일 낮에 사고가 발생해 인명 피해는 크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3일 낮 12시30분께 서울시 용산구 한강로 2가 4층짜리 상가 건물이 완전히 붕괴됐다. 1층에 식당 2곳과 2~4층 거주지역으로 이뤄진 건물이 내려앉으면서 4층에 거주하던 여성 이모씨(68)가 부상당해 병원으로 이송됐다. 다행히 식당 2곳이 문을 열지 않았고 나머지 거주자들도 집을 비워 다른 인명피해는 없는 것으로 소방당국은 파악했다.
건물 주변의 목격자들에 따르면 건물은 한두 차례 폭발음과 함께 와르르 무너진 것으로 전해진다. 붕괴 건물로부터 50m 가량 떨어진 주차장에 차를 댄 A씨(38·남)는 "근처 음식점에 있다가 '쿵' 소리가 나와서 나왔더니 앞쪽이 연기로 가득했다"며 "이 주변 건물들이 다 오래돼 보여서 빨리 현장을 벗어나고 싶었다"고 말했다. 식당 근처에 있던 B씨(65·남)는 "그 건물이 골목에선 가장 높았는데 굉음과 함께 갑자기 없어져 버려서 깜짝 놀랐다"며 "평일에는 지나다니는 사람도 적지 않은데 생각만 해도 아찔하다"고 말했다.
실제로 건물 붕괴 시간이 평일이었다면 참사가 발생했을 가능성은 높아진다. 이 건물 바로 옆쪽으로 노후화 된 1층짜리 식당들이 즐비해 있는데다 신축 아파트 모델하우스가 바로 맞은편에 위치해 있고 소규모 주차장까지 연결돼 있어 평일 유동인구는 적은 편이 아닌 것으로 알려졌다.
조사 결과가 아직 나오지 않은 가운데 당국은 건물 노후화에 의한 붕괴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조사 결과 붕괴된 건물은 1966년에 지어진 것으로 파악됐다. 붕괴 장소 인근에는 1140가구 규모 '용산센트럴파크 해링턴스퀘어' 주상복합단지 건설 현장이 위치했다. 지난 2016년 하반기 착공한 이 단지는 지난 4월 기준 공정률 10%를 넘긴 상태로 오는 2020년 8월 입주 목표로 공사가 진행중이다.
이번에 붕괴된 건물이 50년 이상 노후화된 위태로운 건물이기 때문에 주변의 신축 공사 등이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 그러나 사고원인이 정확히 밝혀지기 전까지 섣불리 직접적인 사고원인을 추측하긴 힘든 상황이다.
주택산업연구원이 최근 발표한 '서울시 주택노후도 현황분석 및 시사점'에 따르면 단독주택 기준 30년 이상된 노후주택 비율이 높은 상위 20개동 가운데 후암동(70.5%) 한남동(67.6%) 용산동2가(62.7%) 보광동(60.3%) 등 용산구가 4개동이나 포함돼 있다. 서울시 전체 단독주택 가운데 노후주택 평균 비율은 47.4%다. 권영선 주택산업연구원 책임연구원은 "도시재생사업의 필요성이 높아지고 있으나 빠른 시간 내에 가시적인 성과를 내기에 현실적인 제약이 있다"면서 "주거시설의 정비가 시급한 지역에 대해서는 빠르게 정비사업을 추진할 수 있도록 유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용산경찰서 관계자는 "붕괴된 건물이 노후화됐다는 점, 신축 공사현장이 바로 옆에 있었다는 점 등을 고려해 조사 중"이라며 "붕괴 원인이 명확히 나오는 데까지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돼 주변에 노후화 된 1층 건물 세 곳 이상에 대해서도 2차 피해가 없도록 조치하고 있다"고 말했다. 소방당국은 추가 매몰자는 없을 것으로 일단 추정하면서도 혹시 모를 가능성에 대비, 구조대 등 132명과 장비 32대를 투입해 잔해를 제거하며 인명수색 작업을 벌이고 있다.
국토교통부는 사고 원인이 기본적으로 시설 노후화와 관련이 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지만 보다 면밀한 조사를 진행해볼 예정이다. 국토부는 한국시설안전공단의 전문가들과 함께 3~4명 규모의 현장지원팀을 급파했다. 국토부 관계자는 "현상태에서 정밀한 사고원인 분석을 할 순 없겠지만 유관으로 보면서 사고 과정을 대략 추정할 수 있다"며 "아울러 붕괴에 의해 가스관이 노출되는 등 2차 피해를 방지할 필요도 있다"고 말했다.
이날 사고 소식에 박원순 민주당 후보, 안철수 바른미래당 후보, 김문수 자유한국당 후보 등 서울시장 후보들도 진행 중이던 유세를 중단하고 잇따라 현장을 방문해 구조대를 격려했다.
[최재원 기자 / 강인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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