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기 한국공항공사 사장으로 서훈택 국토교통부 전 항공정책실장이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는 가운데 공사 노조가 본격 저지 투쟁에 나섰다.
서 전 실장의 사장 선임을 반대하는 연판장을 직원들에게 돌리고 조만간 이 결과를 종합해 국토교통부 장관에게 전달하는 등 반대 투쟁 강도를 높여갈 예정이다.
4일 한국공항공사 노조(위원장 나종엽)는 서 전 실장의 실명을 직접 거론하며 사장 임명 반대 투쟁을 전개하겠다고 밝혔다.
한국공항공사는 지난 3월 성일환 사장이 임기 1년을 남기고 중도 사퇴하자 임원추천위원회를 구성해 총 5명의 후보를 추린 뒤 지난달 기획재정부에 통보했다.
5배수 안에 든 후보자 가운데 공직자는 서 전 실장이 유일하다. 나머지 3명은 유통기업 임원 출신, 1명은 항공 분야 대학교수다.
서 전 실장은 고위 공무원 출신이라면 반드시 거쳐야 할 정부의 취업심사를 지난달 통과해 재취업을 위한 최대 걸림돌이 해소된 상태다.
노조는 "(국토부가)지난 3월 국토부 출신인 김명운씨를 부사장으로 임명한 데 이어 또 다시 사장까지도 서 전 실장을 내려 보내려고 하고 있다"면서 "오로지 자신들만의 승진적체 해소를 위해 진행하고 있는 슈퍼 갑질"이라고 힐난했다.
이들은 "우리 공사의 사장은 정권이 바뀔 때마다 새롭게 임명돼 왔지만 국토부 퇴물 인사가 동시에 사장과 부사장으로 내려오는 사태는 일어난 적이 없다"면서 "가장 민주적일 것이라 믿었던 문재인 정부에서 전무후무한 낙하산 인사가 벌어지려는 작금의 사태에 커다란 절망감을 느낀다"고 했다.
노조는 "국토부는 사장으로 내려 보낼 사람을 미리 정해놓고 큰 흠결없이 자신의 역할을 잘 수행하고 있던 성일환 전 사장을 내쫓았으며, 이후 진행된 사장 공모 절차는 한낱 요식행위에 불과했음을 의미하는 흔적들이 여기저기서 발견됐다"고 폭로했다.
국토부가 성 전 사장을 대상으로 하는 감사를 진행해 사퇴압박을 느끼게 한 점, 성 전 사장이 명예로운 사퇴를 위해 임기 2주년을 끝으로 그만두겠다는 뜻을 지난 1월 국토부에 표명한 뒤 국토부 출신 내정설이 나오기 시작한 점 등을 근거로 들었다.
노조는 정부의 형식적 취업심사를 문제삼기도 했다. "공직자윤리법 17조(퇴직공직자의 취업제한)는 일명 관피아(관료+마피아) 방지법으로 퇴직일로부터 3년간 퇴직 전 5년 동안 소속했던 부서 또는 기관의 업무와 밀접한 관련성이 있는 해당하는 기관에 취업할 수 없다"면서 "국토부 항공정책실장을 퇴직한 지 1년이 되지 않았는데 어떻게 공직자윤리위원회의 취업 심사를 통과했는지 이해되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노조는 서 전 실장이 이른바 '대한항공 사태'에 대해서도 자유롭지 못하다고 주장했다. 조현민 진에어 부사장이 2010년부터 6년 동안 진에어 등기 이사로 재직, 항공안전법을 위반한 점을 들며 "감독권한을 가진 국토교통부가 조 이사의 재직을 묵인한 것 아니냐는 의혹을 해소하지 못한 상황에서 당시 그 업무를 담당했던 항공부문 책임자가 대한항공, 진에어 관련 업무를 하는 한국공항공사 사장으로 임명된다면 국민 수준을 밑으로 깔고 우롱하는 것이 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서 전실장은 2013년 국토부 항공정책관, 2015~2017년 항공정책실장을 지냈다.
이어 노조는 "서 전 실장이 제주신공항 결정에 참여했던 당사자로서 얽힐 문제를 풀어갈 적임자가 아니다"고 했다.
제주신공항 건설 사업은 2015년 11월 성산읍 일대를 제주 제2공항 후보지로 발표하면서 급물살을 탔으나, 일부 지역주민 반대로 지난해 12월 '제주 제2공항 입지선정 관련 타당성 재조사와 기본계획 수립용역'이 발주됐다. 지난달에는 용역에 참가한 업체가 계약을 포기해 용역이 처음부터 다시 진행되고 있다.
노조는 "이러는 사이 '제2공항이 아닌 다른 방식으로 공항시설을 확충해야 한다'는 의견이 34.5%, '공항시설 확충이 불필요하다'는 의견이 16.2%로 조사돼 민심도 많이 변했다"면서 "지난해 7월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 방해 혐의로 고발당한 서 전실장이 얽힌 이 문제를 풀어나갈 수 없고, 반대대책위로
나종엽 한국공항공사 노조 위원장은 "현재 서 전 실장의 사장 선임을 반대하는 연판장을 전 직원에게 돌리고 있다"면서 "결과가 나오는 대로 국토부장관을 면담해 전달하고 강력한 저지 투쟁을 전개하겠다"고 말했다.
[지홍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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