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한 아이가 일기장에 쓴 반성문입니다.
하루 한두 끼만 먹고, 매일 새벽 4시에 일어나 받아쓰기를 하고, 폭력을 당하고, 12월 엄동설한에 집 밖으로 쫓겨났던 아이는, 결국 5년을 채 살지 못하고 세상을 떠났습니다. 범인은 친부와 계모였죠.
그저 남의 나라 얘기로만 보이지 않습니다.
아동학대는 우리도 더 하면 더 했지, 덜하지 않으니까요. 3년 전 굶주림에 가스배관을 타고 집을 탈출한 소녀부터, 학대로 숨진 뒤 야산에 암매장된 소년까지…. 나라를 발칵 뒤집을 아동 학대 사건이 연이어 터지자 정부는 아동 학대를 근절할 근본 대책을 수립하겠다고 했습니다만, 이후 학대 신고는 더 늘었죠.
그리고 어젠, 부산의 한 고시텔에서 생후 2달 된 아기가 숨진 채 발견됐습니다. 날 때부터 아팠다지만, 아기는 전입신고가 안 돼 있었습니다.
미혼모나 형편이 어려운 가정을 지원할 제도적 장치가 있었다면 이처럼 허망하게 아이를 잃진 않았겠죠.
훈육과 폭력을 구분하지 못하는 부모와, 그들을 엄히 처벌하지 못하는 법, 혼자선 아이를 키우기 힘든 사회 제도.
마침 6.13 지방선거를 앞두고 출마한 전국의 후보자들은 앞다퉈 장밋빛 공약을 쏟아내고 있습니다. 무상급식은 기본, 수업료와 교과서, 교복과 수학여행, 하다못해 생리대까지 공짜로 주겠다고 합니다. 물론 부모 입장에선 작은 것 하나라도 덜어준다면 좋겠지만, 진짜 지켜보고 돌봐야 할 작은 존재는 우리 아이들입니다. 공짜든 뭐든 받을 아이가 없다면 무슨 소용이 있겠습니까.
선거 때마다 유권자들이 하는 말이 있습니다.
'피부에 와닿지 않는다.'
거창한 게 아닌 우리 아이들이 건강하고 안전하게 자랄 수 있도록 작은 것부터 살피는 보다 현실적인 공약, 그런 게 유권자들의 피부에 와닿지 않을까요. 돈이 없는 부모에게서 태어났어도 최소한의 생존권을 보장받을 수 있도록 사회 안전망을 꼼꼼히 챙기겠다는 후보가 필요합니다.
'지역 일꾼' 선거를 앞두고 억울하게 희생당하는 아이들이 더 이상 없게 하기 위해 우리 국민들이 할 수 있는 일은, 바로 이런 후보를 뽑는 걸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