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자 부축한 시민들, 시내버스는 환자 이송"…군산화재 속 빛난 시민의식

주변 시민들 환자 부축, 시내버스는 환자 태워 신속 이송


33명의 사상자를 낸 전북 군산 주점 방화 사건을 목격한 시민은 "시민의식이 환자들을 살렸다"고 입을 모았습니다.

어제(17일) 오후 9시 53분쯤 전북 군산시 장미동 한 건물 1층 주점에서 불이 나 3명이 숨지고 30명이 다쳤습니다.

방화 용의자 이모 씨는 미리 준비한 인화물질을 주점 입구에 뿌리고 불을 질렀고, 손님들은 메케한 연기를 맡고서 주점 밖으로 뛰쳐나오기 시작했습니다.

일부는 건물 밖으로 나와서도 가쁜 숨을 몰아쉬더니 호흡 곤란으로 바닥에 주저 앉거나 꼬꾸라졌습니다.

이를 목격한 시민은 "시민이 주점 밖으로 뛰쳐나온 환자들을 시내버스에 태우고 다급하게 병원으로 갔다. 전쟁통이 따로 없더라"고 전했습니다.

당시 경찰과 소방관뿐 아니라 시민이 환자를 챙기고 시내버스로 환자들을 병원으로 후송했다는 증언이 속속 나왔습니다. 구급대가 많은 인원을 한 번에 병원으로 옮기지 못하자 화재 현장에 몰려든 일부 시민들의 '희생과 헌신 의식'이 발동한 것입니다.

화재를 두 눈으로 목격했다는 시민 A 씨는 "몸에 불이 붙은 용의자는 다친 상태에서도 도주했고 일부 시민들은 땅 바닥에서 신음하는 환자들을 챙기기 시작했다"고 증언했습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어디선가에서 시내버스가 쏜살같이 달려왔습니다.

A 씨는 "어떻게 알고 그곳에 왔는지 모르겠지만, 버스 기사가 환자를 태우고 병원으로 내달렸다"며 긴박했던 화재 현장 속 시민의식을 추켜세웠습니다.

많은 환자가 이송된 군산의료원 관계자도 '환자를 태운 시내버스'를 떠올렸습니다.

이 관계자는 "병원으로 대형버스가 들어오더니 응급실 앞에 환자들을 내려주고 바로 사라졌다"며 "누군지는 알 수 없었지만 긴박한 상황에서 참으로 의로운 행동을 한 것 같다"고 기억을 되짚었습니다.

소방당국도 시내버스 목격담을 털어놨습니다.

한 전북소방본부 관계자는 "당시 인명구조 활동으로 바빠 경황이 없었는데, 화재 현장을 목격한 버스 기사가 환자 이송을 자처했다"며 "주변 시민들이 환자들을 부축해 버스에 태웠다"고 말했습니다.

이날 시민과 버스 운전기사의 기지와 협조로 30여명의 부상자들은 군산의료원과 동군산병원, 원광대병원 등으로 신속히 옮겨져 생명을 건질 수 있었습니다.


한편 방화 용의자 이 씨는 범행 3시간 30분여 만에 군산시 중동 선배 집에서 은신해 있다가 경찰에 붙잡혔습니다.

이 씨는 "외상값이 10만원인데 주점 주인이 20만원을 요구했다. 화가 나서 불을 질렀다"고 경찰에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경찰은 이씨에게 방화치사 혐의를 적용, 구속영장을 신청할 예정입니다.

[MBN 온라인뉴스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