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희정 전 충남지사의 성폭력 혐의 재판에 고소인인 전 충남도 정무비서 김지은 씨와 '오누이'라고 불릴 정도로 친하게 지냈다는 이가 피고인 측 증인으로 출석해 김 씨와 주고받은 온라인 메신저 대화의 의미 등을 증언했습니다.
서울서부지법 형사합의11부 심리로 오늘(13일) 열린 안 전 지사 사건 제5회 공판기일에는 안 전 지사의 대선 경선캠프 청년팀에서 일했던 성모 씨가 피고인 측 증인으로 나왔습니다.
안 전 지사 측 변호인은 성 씨를 상대로 평소 김 씨와 주고받은 메시지에서 나타난 김 씨의 안 전 지사에 대한 태도, 검찰이 특정한 성범죄 시점 전후로 김 씨가 성 씨에게 보낸 메시지의 의미 등을 질문하며 안 전 지사의 무죄를 입증하려 했습니다.
성 씨는 김 씨가 작년(2017년) 7월 러시아, 9월 스위스 등 안 전 지사의 외국 출장 수행 도중 자신에게 보낸 문자에서 'ㅋㅋㅋㅋㅋ' 등으로 웃음을 표현한 것에 대해 "김 씨는 기분이 좋을 때 히읗과 키읔을 많이 쓴다"고 설명했다. 안 전 지사는 이들 2차례 출장에서 김 씨에게 업무상 위력에 의한 간음을 저지른 혐의를 받습니다.
김 씨는 스위스에서 돌아온 9월 중순에는 '내 사장(안 전 지사)은 내가 지킨다', 수행비서에서 정무비서로 보직이 바뀐 12월 중순 '큰 하늘(안 전 지사)이 나를 지탱해주니까 그거 믿고 가면 된다' 등 메시지를 보냈다고 성 씨는 전했습니다.
김 씨가 안 전 지사를 이성으로 바라봤느냐는 변호인 질문에 성 씨는 "그렇다기보다는, 아이돌을 바라보는 팬심이나 존경심이 있었던 것 같다"고 답했습니다.
관용차에서 추행이 있었다는 작년(2017년) 11월 26일 오후 10시 30분쯤 김 씨는 성 씨에게 '그냥 또 다 시러짐요(싫어져요). 또 괜찮고'라고 보냈는데도 성 씨는 이에 답하는 메시지를 보내지 않았습니다.
성 씨는 "당시 김 씨가 수행비서에서 정무비서로 보직이 변경된 것에 대한 스트레스가 극심했고, 주변에서 호소를 받아주던 친구들도 다소 힘들어했다"며 "늦은 밤이어서 읽고 답하지 않았는지, 다음날 보고 그냥 넘어갔는지 기억나지 않는다"고 말했습니다.
올해 2월 24일 마포구 오피스텔에서의 '피감독자 간음' 혐의 사건 직후인 같은 달 25일 새벽에는 성 씨에게 '오빠 노는 거 아니쥬(죠) 자죠?'라고 보냈다. 성 씨는 자는 모습을 표현한 이모티콘으로 답장을 보내기도 했다.
반대신문에서 검찰은 김 씨가 도청 운행비서(운전담당) 정모 씨의 성추행을 성 씨에게 호소하자 성 씨가 '네 성격에 불편한 기색을 보이지도 못하겠구만'이라고 답한 것이 무슨 의미인지 물었다. 성 씨는 "김 씨는 경선캠프에서 묵묵히 일만 하는 모습이었으므로 그럴 것으로 생각했다"고 말했습니다.
신문 종료 후 조 부장판사는 "연락 빈도 등으로 봐서 증인은 피해자와 가장 가까운 사이였고 든든한 멘토이기도 했는데 지금은 약간 대척점에 있는 것 같다"며 성 씨에게 발언 기회를 줬습니다.
성 씨는 "안타까운 일이다. 평소의 어려움이든 이런 남녀문제였든 제가 도움이 됐는지 억압이 됐는지 김 씨에게 묻고 싶다"고 말했습니다.
한편 이날 신문에 앞서 피해자 측 변호사는 "피고인 측의 증언이 노출되면서 2차 피해가 심각하다"며 "검찰 측 증인은 비공개로 신문해 중요한 증언은 비공개 됐는데 피고인 주장에 부합하는 일부 증언만 보도되고 있다"고 불만을
그러면서 "애초 피해자는 재판을 전부 방청하려 했는데 지난번 장시간에 걸친 피해자 증인신문 이후 자책감과 불안감 등으로 불면증을 겪으며 입원치료 중"이라며 "주변의 평가 등을 묻는 방식으로 사실이 왜곡된 채 피해자에 대한 악의적 이미지가 만들어지고 있으니 소송지휘권을 엄중히 행사해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습니다.
[MBN 온라인뉴스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