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가 좋아서 시작한 일이 어느새 본업보다 더 많은 시간을 투자하는 일이 됐죠. 하루 10시간 넘게 고양이를 관찰하고 찾으러 다니다 보니 어느새 고양이 전문가라고 불러주시더라고요."
최근 서울 관악구 신림동의 한 카페 앞에서 만난 김봉규(사진) 씨는 기자의 예상과는 다른 모습으로 나타났다. 청바지를 입고 커다란 배낭을 메고 나타난 김 씨의 모습은 만화나 영화·드라마 등에서 접해온 흔한 탐정의 모습과는 달랐다. 활동하기 편한 옷차림과 운동화는 고양이 구조가로서 어느 현장이든 달려갈 수 있게끔 그가 늘 대기 상태임을 잘 보여줬다.
김 씨가 고양이 구조를 처음 시작한 건 20년이 더 된 일이다. 집 나간 고양이를 찾는다는 전단을 보고 시작한 일이 그의 천직이 됐다. 무역 관련 개인 사업을 하는 김 씨는 본업과 고양이 구조를 병행하며 전국을 누빈다.
부르면 어디든 달려간다는 김 씨이지만 불가변성의 철칙이 있다. 바로 구조 활동에 차를 쓰지 않는 것이다. 고양이를 찾기 위해선 많이 걷고, 뛰어야 하므로 체력이 좋아야 한다. 하지만 차를 타다 보면 체력적인 면에서 훈련이 되지 않는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고양이라는 동물 특성상 매우 민첩하고 구석에 숨는 걸 좋아하다 보니 차로 이동하거나 차 안에서 잠복을 하면 고양이를 놓칠 수 있어요. 그러다 보니 온종일 대기를 해야 하는 상황이 있을 수 있는데 차를 타는 버릇하면 체력이 약해져 몸이 못 버틸 수 있어 항상 대중교통이나 심야 시간에는 택시를 이용해 실종장소까지 간 뒤 맨몸으로 대기한답니다."
평소 많이 걸어 다니며 늘 체력을 관리한다는 그는 고양이를 찾는 데 있어 굉장한 프로정신을 갖고 있다. 김 씨는 고양이 구조에 나서면 실패 없이 잡을 수 있을 때까지 기다려야 하기 때문에 아무것도 하지 않고 묵묵히 자리를 지킨다고 한다. 심지어 어떤 때는 23시간 동안 꼼짝하지 않고 고양이를 기다렸다고 한다.
그는 "고양이들이 워낙 재빠르고 잘 숨어서 놓치지 않으려고 온종일 화장실도 가지 않으며 고양이를 기다리곤 했었다"며 "식사는 챙겨온 빵이나 초코바를 그 자리에서 먹으며 끼니를 해결했다"고 멋쩍게 웃었다.
전단을 보고 시작한 고양이 주고 활동 경력이 어느덧 24년 차에 접어들었다. 집을 잃은 고양이들이 안타까워 직장을 다니며 무료로 고양이를 찾아주는 일이다. 무역 관련 프리랜서로 일하는 김 씨는 2000년대 초반까지는 무보수로 고양이를 찾아줬다고 한다.
고양이 동호회를 중심으로 알려졌던 그가 전국구 고양이 탐정이 된 계기는 바로 인터넷 덕분이다. 김 씨는 홍보 활동이나 사회연결망 서비스(SNS)를 전혀 하지 않지만 포털 사이트 내 고양이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입소문이 나면서 국내 1호 고양이 구조 전문가로 명성을 얻었다. 유명해지자 방송과 신문에 등장하며 '고양이 탐정'이라는 별명을 얻게 됐다.
그는 고양이를 잘 찾기 위해서는 몇 가지 기술이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첫 번째로 고양이를 발견하는 기술이다. 그는 전화로 건물의 구조만 설명해준다면 고양이가 어디쯤 숨어있을지 감이 온다고 한다.
그는 "고양이의 습성과 특징만 알면 굳이 찾아가지 않고 전화로 몇 가지 요령만 알려주면 주인이 직접 고양이를 찾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다음으로는 고양이를 잡는 기술이 필요하다. 잡을 확률이 가장 높은 곳에서 맨손으로 잡는 게 그의 비결이다.
그는 "고양이의 습성을 모르고 뜰채 같은 도구를 이용해 고양이를 구조하는 분들이 있는데 뜰채를 사용하면 절대 안 된다"면서 "거듭 말하지만 고양이는 밖으로 나오면 더 신경이 예민해져서 도구를 이용하면 자신을 위협한다고 생각해서 더 멀리 더 깊숙한 곳으로 숨게 된다"고 설명했다.
마지막으로는 고양이라는 동물에 대해서 잘 아는 것이다. 김 씨는 고양이에 대한 온전한 이해가 '고양이 탐정'으로서 가장 중요한 자질이라고 강조했다. 김봉규 씨는 종종 고양이 구조 의뢰가 들어오면 답답한 마음에 주인에게 고양이에 대한 설명을 해줄 때가 있다.
김 씨는 "목소리가 크다 보니 사람들이 오해하고 마음 상해하는 때가 있는데 고양이가 어떤 특성이 있는 동물인지 이해하고 왜 이런 행동을 하는지 의뢰인에게 잘 설명해줘야 고양이가 또 집을 나가는 일을 막을 수 있기 때문이다"고 덧붙였다.
고양이를 좋아하고 아끼다 보니 더 많이 공부하게 되고 어느새 '고양이 탐정', '고양이 구조가'라는 타이틀까지 달게 됐지만 여전히 부족한 부분이 많다며 김 씨는 겸연쩍어했다. 20년이 넘는 세월 동안 그가 주인을 찾아준 고양이 수만 2000마리가 넘는다. 지금도 집을 나간 고양이를 찾느라 애타는 주인들이 많다. 사랑하는 고양이의 가출을 방지하려면 무엇보다 예방이 중요하다고 그는 강조했다.
그는 "고양이를 기른다면 절대 문을 열어둬선 안 되고 억지로 산책이나 외출을 하지 않아야 한다"면서 "영역 동물인 고양이는 낯선 장소에 가면 공황 상태가 돼 공간을 벗어나고자 탈출을 하게 되는데 워낙 빠르고 유연해 목줄은 무용지물이다"고 알렸다.
고양이를 잃어버렸다는 제보라면 새벽에도 달려나간다는 김 씨는 의뢰인들에게 꼭 알리고 싶은
[디지털뉴스국 김제이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