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희정 전 충남지사로부터 성폭행을 당했다고 주장한 김지은 전 충남도 정무비서가 안 전지사의 결심공판에 출석해 자신이 받은 고통에 대해 고백했습니다.
김 씨는 오늘(27일) 서울서부지법 형사합의11부(조병구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안 전 지사의 업무상 위력에 의한 간음 등 사건 결심공판에 출석해 "이 사건 본질은 피고인(안 전 지사)이 내 의사를 무시하고 권력을 이용해 성폭행한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김 씨의 진술이 시작되자 방청석 곳곳에선 울음 소리가 들려왔습니다. 안 전 지사는 안경을 벗고 의자를 돌려 앉아 눈을 감았습니다.
김 씨는 "고소장을 낸 뒤 통조림 속 음식처럼 죽어 있는 기분이었다. 악몽 같은 시간을 떠올려야 했다"면서 "'미투' 이전으로 되돌리고 싶었다. 밤에 한강 가서 뛰어내리려고도 했다"고 심경을 고백했습니다.
그러면서 "내가 유일한 증거인데 내가 사라지면 피고인이 더 날뛰겠구나 생각했다"며 "끝까지 최선을 다하는 것이 모든 것을 제자리로 돌리는 길이라 생각해 생존하려 부단히 애썼다"고 털어놨다.
김 씨의 진술은 약 45분 동안 이어졌습니다.
김 씨는 재판 과정을 언급하며 "피고인 기침소리만으로도 심장이 굳었다. 벌벌 떨면서 재판정에 있었다"면서 "내 개인사를 이해할 수 없다고 혀를 차고 어깨를 떠는 변호사를 봤다. 정조라는 말을 들었을 때는 죽고 싶었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마누라 비서'라는 처음 듣는 별명으로 몰아갔다. 나는 한 번도 이성적 감정을 느낀 적이 없다"고 강조했습니다.
또 "수행비서는 지사 업무에 불편함이 없게 하는 역할이다. 나를 성실하다고 칭찬하던 동료들이 그걸 애정인 양 몰아갔다"고 덧붙였습니다.
김 씨는 "도망치면 되지 않았느냐고 하는데, 위력이 있는 관계에서 그럴 수 있겠나"라며 "지사 사람들에게 낙인찍히면 어디도 못 간다는 두려움이 있었다. 평판조회가 중요한 정치권에서 지사 말 한마디로 직장을 못 구할 수 있다"고 호소했습니다.
이어 김 씨는 안 전 지사를 '이중적인 사람'이었다고 비판했습니다.
김 씨는 "(안 전 지사는) 외부에서는 젠더 민주주의 등을 말했지만, 지지자들 만나는 것도 피곤해했고 차에서 내리기 전에는 인상을 썼다. 꾸며진 이미지로 정치하는 안 전 지사가 괴물 같아 보였다"고 전했습니다.
또 "안 전 지사는 자신의 권력을 누구보다 잘 알았다. 지위를 이용해 약한 사람의 성을 착취하고 영혼까지 파괴했다"며 "'나는 어떤 여자와도 잘 수 있다' 등의 말을 했다. 그건 왕자병이다"라고 꼬집었습니다.
그러면서 안 전 지사를 향해 "피해자는 나만이 아니라 여럿 있다. 참고 숨기고 사는 사람들이 있다. 나는 제일 앞줄의 한 사람일 뿐"이라며 "피고
김 씨는 재판부를 향해서도 "이 사건을 제대로 처벌하지 못한다면 피고인과 다른 권력자들은 괴물이 될 것"이라며 "나는 이제 일도 없고 갈 곳도 없다. 잘못된 것을 바로잡을 수 있다는 희망만이 나의 희망이다"라고 호소했습니다.
[MBN 온라인뉴스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