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조 스님이 대한불교조계종 총무원장 설정 스님의 퇴진과 종단 개혁을 요구하며 시작한 단식이 오늘(29일) 40일째를 맞았습니다.
설정 스님이 사실상 퇴진 수순을 밟는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설조 스님의 단식 중단 여부에도 관심이 쏠립니다.
설조 스님은 어제 서울 종로 보신각 앞에서 조계종적폐청산시민연대 주최로 열린 집회를 마치고 단식장을 찾은 참가자들에게 "며칠 더 단식한 뒤 중단 여부를 고민하겠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설정 스님 퇴진 등을 요구하며 모인 참가자들은 집회 후 조계사 쪽으로 행진해 설조 스님과 만났습니다.
설조 스님은 처음에는 단식 중단 요구를 단호히 거절했으나 이들이 재차 단식 중단을 간청하자 이같이 말했다고 참석자는 전했습니다.
불국사 주지, 법보신문 사장 등을 역임한 설조 스님은 1994년 종단 개혁 당시 개혁회의 부의장을 지냈습니다.
"목숨이 끝이 나거나 종단에 변화가 있을 때까지 단식을 계속하겠다"며 지난달 20일 단식을 시작한 설조 스님은 설정 총무원장 등 의혹 당사자의 퇴진과 개혁적인 인사로 구성된 비상대책기구 구성 등을 요구해왔습니다.
조계종단 개혁을 요구하는 목소리를 결집하고 설정 스님의 입장 발표를 끌어내는 등 어느 정도 상황을 바꿔놓았기 때문에 단식을 중단할 명분이 마련됐다고도 볼 수 있습니다.
이와 관련해 설조 스님 측 관계자는 "애초 7월 말까지는 버티겠다고 하셨는데 중단 시점은 종단의 변화와 건강 상태 등 상황에 따라 달라질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조계종의 혼란은 일단 극단적인 사태는 피하고 수습 국면으로 접어드는 양상입니다.
종도들의 뜻을 반영해 조만간 거취를 결정하겠다고 밝힌 설정 스님은 의견 수렴 절차를 밟고 있습니다.
설정 스님은 그저께(27일) 조계종 중앙종회 의장단과 종책모임 대표들을 만났습니다.
내일(30일)은 교구본사 주지협의회가 총무원장 거취에 대한 의견을 모을 예정입니다.
조계종 공식 기구들도 가동됩니다.
조계종 중앙종회는 다음 달 16일 종단 현안을 다루기 위한 임시종회를 개최하며, 원로회의는 다음 달 31일 열릴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설정 스님이 종헌종법 질서를 강조한 것에서 드러나듯 의견 수렴 과정을 거쳐 퇴진 여부를 결정한 뒤, 혼란을 최소화하고 안정적으로 차기 집행부를 구성할 수 있는 절차를 진행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MBN 온라인뉴스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