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성범죄 가해자들이 수사와 재판을 거치는 동안 '감형 꿀팁'을 나누는 온라인 커뮤니티가 발견돼 논란이다. [사진 = 성범죄 전문지식 공유 카페 캡처] |
최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온 글이다. 글쓴이는 구체적인 범죄 상황을 묘사했다. 이를 접한 회원들은 '무거운 범죄'라며 혀를 내두르거나 형량을 예측하며 추후 대응 방식을 조언하기도 했다. "어서 합의를 보라"거나 "변호사와 거짓 진술을 모의하라"는 답변도 달렸다.
성범죄 가해자들이 수사와 재판을 거치는 동안 '감형 꿀팁'을 나누는 온라인 커뮤니티가 있어 충격을 주고 있다. 성범죄 전문지식 공유 카페(이하 성전카페)는 31일 오전 기준 회원 수가 약 3400명, 게시물은 3800여 개에 달한다. 지난 2010년 개설된 이 카페는 수년 간 모 한의원 홍보가 이뤄지다가 2015년 병원 정보를 공유하는 공간으로 변모했다. 2016년 2월 성범죄 해결을 위한 정보를 공유하는 곳으로 탈바꿈해 지금의 모습이 됐다. 초창기에는 연간 100여 개의 게시물이 등록됐지만 지난해부터 이용량이 급속도로 늘어났다. 지난해 올라온 게시물만 600여 개에 달했고 올해는 이달까지 벌써 3000개가 넘었다. 하루에만 수십 건의 게시물이 달릴 정도다. 커뮤니티 방문량은 지금까지 총 50만 회를 웃돈다.
성전카페에 모인 가해자들은 서로의 사건 내용과 경과를 공유하며 형량을 낮출 방법에 대해 심도 깊은 논의를 나눈다. 게시물은 불법촬영, 강제추행, (유사)강간, 아동청소년 사건, 상해·특수·강력 범죄 게시판으로 구분한다. 그중 불법촬영 게시판이 가장 활발하다. 회원 A씨는 그곳에서 "불법촬영으로 경찰에 체포됐다가 선처를 받았다"며 "발각 전에도 50여 차례 촬영한 적이 있어 마음의 준비를 했는데 기적 같다"며 안도했다.
주거침입죄와 촬영죄를 지었다는 회원 B씨는 "경찰 조사에서 솔직히 다 말하고 진술서에 있는 그대로 썼다"고 털어놓자 다른 회원들은 댓글을 통해 "글쓴이가 필요 이상으로 솔직했다"고 아쉬워했다. C씨는 "체포됐을 때 무서워서 사실대로 다 말했으나 멍청한 짓이었다"고 본인의 경험을 회상했고 D씨는 "그래 봐야 벌금형에 그칠 것"이라며 가해자를 위로했다.
경찰에 제시한 반성문 자료를 서로 공유하는가 하면 지난달에는 오프라인 정모 공간이 마련되기도 했다. 카페 담당자는 활동량이 많은 회원에게 추첨을 통해 '변호사 무료 선임' 기회를 제공하는 이벤트도 진행하고 있다.
커뮤니티를 발견한 누리꾼들은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피해 사실을 털어놓는 과정에서 2차 가해가 벌어질 가능성이 있고 수사 과정의 허점을 고의적으로 악용하는 게 아니냐는 지적도 제기됐다. 피해자가 직접 피해를 입증하기 어려운 성범죄 사건의 특수성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는 것. 이런 우려에 대한 대책과 커뮤니티
경찰청 사이버수사팀 관계자는 "과거에도 아동성폭력 건으로 조사를 벌일 때면 이처럼 단속을 당한 이들끼리 관련 사실을 주고받는 일이 있었다"며 "정보를 공유하는 일까지 규제하기에는 어려움이 있다"고 말했다.
[디지털뉴스국 신영빈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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