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수활동비를 둔 문희상 국회의장의 취임 일성입니다. 그런데 취임 한 달 만에 국회사무처는 문희상 의장과는 너무나 다른 행동을 취했습니다. 2016년 특수활동비를 공개하라는 법원 1심 판결에 불복해 항소하기로 했거든요. 국회가 국민을 무시했다고 해야 할까요, 아니면 국회의장을 무시했다고 봐야 할까요.
2004년과 올 5월, 두 번이나 특수활동비 공개가 정당하다는 대법원 확정판결이 나왔음에도, 질 게 뻔한 싸움을 또다시 시작하겠다는 이유…. 바로 '내.일' '내.꺼' 이기 때문입니다.
이번에 공개 청구를 한 기간은 20대 국회 전반기로 현역 의원들이 포함됩니다. 공개되면 논란이 일 수 있으니 대책을 마련한 후에 공개하겠단 겁니다. 사실 이것만 봐도 이미 문제가 있다는 걸 시인한 격 아닐까요. 소송으로 시간을 끌어 미리 빠져나갈 구멍을 만든다는 비판이 쏟아질 만하죠.
게다가 더 기가 막힌 건 소송 비용이 모두 국민이 낸, 우리가 낸 세금이란 겁니다. 2015년부터 3년간 들어간 소송비만 3,300만 원. 여기에 항소를 한다니 또 돈이 또 나가는 거죠.
2001년 일본에서도 시민단체가 외무성에 기밀 예산, 특수활동비를 공개해달라고 요청했습니다. 외무성은 이를 거부했고 끝내 소송으로 이어졌죠. 결국 대사관 파티와 접대비 등에 특수활동비가 쓰인 게 확인돼 외무성은 다음 해 특수활동비 예산 15%를 삭감 당했습니다.
특수활동비는 기밀 유지가 요구되는 정보와 사건 수사, 이에 준한 국정수행 활동에 필요한 경비로 그 내역이 공개되지 않는 말 그대로 특수하게 쓰이는 돈입니다. 가족생활비에, 아들 유학자금, 또는 후배들 격려금이나 민간인을 사찰하는 비용이 아닙니다.
오늘 여야 원내대표들이 모여 특수활동비 대책을 논의했습니다. 내년부터 대부분의 활동비는 영수증 처리를 하되 꼭 필요한 부분만 최소한을 쓰겠다고 합니다. 그 꼭 필요한 부분이 어딘지, 최소한은 얼마나 되는지 역시, 국민들은 또 모를 테죠.
국민은 지켜보고 있습니다. '돈 앞에 장사 없는' 그런 국회인지, 국회의원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