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신의 직장이 여의도에 있습니다. 짐작하셨겠지만 민의의 전당이라 불리는 대한민국 국회입니다.
국회의 출석 계산은 좀 이상합니다. '본회의 시작 후 끝날 때까지, 회의장에 한 번이라도 왔다 간 걸' 다 출석으로 인정하거든요. 가장 최근에 열린 국회 본회의를 한번 볼까요? 전체 283명의 의원 가운데 출석으로 체크된 의원이 280명에 달합니다. 꽤 높은 출석률이죠. 그런데 자세히 들여다보면 본회의가 시작했을 때 재석 의원은 181명, 끝났을 때 재석 의원은 164명에 불과했습니다. 회의 중간쯤 슬쩍 자리에 앉은 지각생이 99명에, 출근도장만 찍고 사라진 의원이 무려 116명인 셈입니다. 또 멀리서 찾을 필요도 없습니다. 차기 여당을 이끌 민주당의 당 대표 출마자들 역시 3명이 몽땅 다 모범을 보이기는 커녕 출석률과 투표율이 모두 평균 이하였으니까요.
직장으로 치면 근태가 이렇게 형편없는데도,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세비는 의원 1명당 매년 1억 4천 만원 넘게 연간 4백억 원이 꼬박꼬박 지급 됩니다. 그러면 의원들은 이 비싼 '밥값'을 제대로 하고 있을까요?
지난 1년 동안 국회 투표율은 71%, 학점으로 치면 C학점입니다. 10건 중 3건은 투표조차 못 한 채 잠자는 법안이 된 거죠. 거의 모든 투표에 참여한 의원은 5명 뿐이고, 투표율 40% 미만의 낙제점을 받은 의원도 20명이나 됐습니다. 지난 1년 동안 갖가지 이유로 미루다가 100건 이상 무더기로 법안을 한꺼번에 처리한 게 2차례, 50건 이상을 한꺼번에 처리한 건 7차례나 됩니다. 이중엔 대충 졸속으로 처리한 민생 현안법안들도 분명 섞여 있겠죠?
우리 사회에서 가장 뒤처지고 개혁해야할 대상이 국회라는 비판. 그 어떤 말로 변명을 할 수 있겠습니까? 부끄러움을 넘어서면 오히려 당당해 진다고 하죠. 이 말이 왜 이렇게 와닿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