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말 전역한 예비역 소장. 그는 정부의 취업심사를 통과해 국내 굴지의 방산 업체 임원으로 재취업을 앞두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집에서 2급 기밀이 무더기로 발견되면서 바로 구속됐죠. 군 기밀 정보를 고스란히 갖고 방산 업체로 갈 뻔했던 겁니다. 실제로 퇴직한 4급 이상 고위 공무원 10명 중 9명은, 정부 취업심사를 거쳐 재취업했습니다. 특히 권력기관인 청와대, 경찰청, 검찰청, 감사원 등 힘 있는 기관일수록 손쉽게 일자리를 얻었죠. 이렇게 5년간 무려 천 2백여 명의 이른바 '힘센' 퇴직자들은 이렇게 권력을 앞세워 일자리를 꿰찼습니다.
윗물이 이러니 아랫물도 보고 배운 걸까요. 경기도 산하 24개 공공기관 본부장급 이상 채용 현황을 보면, 고위직 150명 중 공무원 출신이 86명, 절반이 넘습니다. 또 부군수를 하던 사람이 그 지역의 도시공사 사장이 되고, 시청에서 국장을 하던 사람이 해당 지역 공단 이사장으로 자리를 옮겼죠. 정부가 퇴직공직자들의 민간기업 재취업을 법적으로 허용해 주도록 한 건, 어디까지나 심사를 제대로 하는 조건이 붙는데, 그럼 이들은 제대로 심사를 받았을까요.
'재취업 승인 과정'은 '정부 윤리위원회 회의는 공개하지 않는다'는 규정에 따라 심사가 완전히 '깜깜이'로 이뤄집니다. 승인내역 결과엔 재취업 대상자의 최종 직급과 회사명만 적혀 있으니까 외부에서는 도대체 정부가 제대로 잘 보고 승인을 했는지 판단할 수도 없죠. 뿐만 아니라, 퇴직한 공직자가 정부 승인 없이 유관기관에 취업했다 적발된 사람도 5년간 724명이나 됩니다. 4급 이상 공무원은 퇴직 전 5년간 일했던 부서나 기관의 업무와 관련이 있는 곳에 3년간 취업할 수 없는데, 이런 제한도 있으나 마나 한 겁니다.
이런 '특혜법'을 그대로 두고 재취업 비리를 뿌리 뽑겠다고요? 이번 기회에 모든 정부 부처 모든 퇴직자들의 재취업 현황을 전수조사해줄 것을 제안합니다. 이를 통해 유사한 비리가 재발하지 않도록 공직자윤리법도 뜯어고치고요. 가장 핵심인 고위 공무원의 재취업 심사 공개 역시 말 그대로 '국민의 알 권리'라는 것을 명심하기 바랍니다. 국민의 세금으로 주는 월급은 국민 몰래 회의해서 좋은 곳으로 직장을 옮기라고 주는 게 아니거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