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테리어 전문 유튜버 나르, 옥수정 씨. 사진 = 나르 제공 |
셀프 인테리어·원룸 인테리어를 인터넷에 검색해본 사람이라면 한 번쯤은 보았을 이름이 있다. 인테리어 유튜버 '나르'다. 엉망인 방을 새 방으로 꾸미는 '비포앤에프터' 영상들의 조회 수는 60만 명이 넘게 봤을 정도로 인기다. 막막하기만 하던 인테리어 왕초보들은 나르의 콘텐츠는 '단비 같다'고 말한다.
'나르'는 자신은 예쁜 집을 다루는 사람이 아니라고 한다. 그는 심지어 "예쁜 인테리어를 알고 싶으면 그냥 예쁜 사진을 보고 똑같이 따라 하시면된다"며 자기가 디자이너가 아니라 알려줄 수도 없다고까지 말했다. 방꾸미기를 인테리어라 생각하던 사람들에게는 당황스러울 말이다. 예쁜 집이 아니라 안에 사는 사람이 행복할 수 있는 집을 알려주고 싶다는 유튜버 나르 옥수정 씨를 지난 21일 서울 용산구에 위치한 그의 집에서 만났다. 최근 집 인테리어를 다시 해서 어수선 하다던 그의 말과 달리 화장대 위 귀걸이까지도 열을 맞춰 정리돼 있었다. 원목 가구와 흰색 침구가 조화를 이룬 방이었다. 화려한 장식품보다는 담요나 러그가 따스한 느낌을 줬다. 한쪽 벽면은 카메라와 장비가 차지해 있었다. 하얀 벽과 말린꽃이 담긴 꽃병을 배경에 두고 인터뷰를 시작했다.
↑ 지난 21일 서울 용산구에 위치한 집에서 만난 유튜버 옥수정 씨. 그는 "저는 예쁜 집을 알려주는 사람은 아니다"고 말했다. 사진 = 조하영 인턴기자 |
ㅡ자기소개를 한다면.
▷그냥 인테리어 유튜버? 지난해까지는 인테리어 컨설팅이랑 시공도 직접 했었는데 지금은 거의 전업 유튜버다. '나르의 인테리어 NAR tv'에서 월세 인테리어 팁, 우리 집 실평수 재는 법 등 인테리어를 시작하기 전에 알아야 할 '꿀팁'과 조언들을 '심즈 컨설팅'으로 전달하고 있다. 원래는 신문방송학과를 졸업한 뒤에 잠깐 일반 회사에 다니기도 했다.
(나르는 겸손한 말과 달리 과거 방송 프로그램에서 연예인들의 방을 꾸미며 셀프 인테리어를 전수한 셀프 인테리어계의 구원자다.)
ㅡ 유튜브 채널 주제를 '인테리어'로 잡게 된 이유는.
▷대학생 때 일본으로 간 워킹 홀리데이에서 '히토리 구라시'라는 잡지를 봤다. 그때 '1인 가구'라는 말을 처음 알았다. 당시 한국에는 그런 말이 없었다. 혼자 사는 사람들의 인테리어· 생활비· 레피시를 다루는데 마치 내가 그 집에 초대받은 기분이 들었다. 나도 그런 잡지를 만들고 싶더라. 자연스레 사람들이 사는 집에 관심을 두게 됐다. 그래서 저는 주로 혼자 사는 집을 다룬다.
ㅡ 유튜버가 되기로 마음 먹은 계기가 있다면.
▷잡지사 면접에서 혼자 사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하겠다 했더니 '그걸 누가 보냐'는 핀잔을 들었다. 이건 아니구나 싶었다. 그래서 꿈을 포기한 채 일반 회사를 다녔었다. 그러다 블로그를 시작하면서 제 집 인테리어 과정을 올렸다. 생각보다 많은 사람이 좋아하는 것을 보고 나만 다른 사람들이 어떻게 사는지 궁금한 게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블로그를 하다 원래 꿈이던 잡지를 만들어 인테리어 웹진(인터넷에서 발간하는 잡지)을 운영했다. 그러다 내 콘텐츠만으로도 수익을 낼 수 있어 유튜브까지 오게 됐다.
↑ 인테리어에 관한 궁금증을 해소하고 게임으로 직접 인테리어 시연을 해주는 나르. 사진 = 나르 유튜브 |
ㅡ 과거와 달리 요즘에는 셀프 인테리어, 원룸 인테리어에 관심이 커졌는데.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우선적으로 한국에서 '집'이 관심사가 될 시기였다고 본다. 원래 사람들이 기본적인 욕구가 충족되면 마지막으로 집에 돈을 쓴다. 이미 화장품, 옷, 음식 등 다 유행이 지났으니 이제 인테리어 차례였던 거다. 거기에 혼자 사는 시간도 길어졌다. 과거에는 결혼을 빨리하니까 혼자 사는 집이 잠깐 머무는 공간이었다. 1, 2년 사는 곳에 돈을 쓰지 않았다. 그런데 결혼도 늦어지고, '비혼'이라는 개념도 생기고 하니까 혼자서 오랜 시간을 보내는 만큼 관심이 생긴 것 같다.
ㅡ인테리어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는.
▷그 안에 사는 사람. 사는 사람의 생활습관과 취향이 가장 중요하다. 나는 사실 디자이너가 아니라 예쁜 집을 다루려는 게 아니다. 그 안에 사는 사람의 라이프 스타일을 다루고 싶다. 그 사람의 삶을 반영해서 디자인하고 취향과 생활에 맞는 집에 살 때 행복하다는 걸 사람들한테 알려주고자 한다. 블로그를 할 때도 내 집이 예쁘다가 아니라 '나도 이렇게 집을 꾸며보니 행복하더라 당신들도 행복할 수 있다' 이런 말을 하고 싶었다.
ㅡ 사람들은 보통 예쁜 집을 만드는 것을 인테리어라 생각하는데.
▷그래서 보통 그 시대 유행만 따라 하는 경우가 많다. 그건 아니다. 특히 리모델링을 할 때 유행스타일로 하는 건 정말 말리고 싶다. 시간이 지나면 예뻐 보이지도 않는다. 내 취향, 생활에 맞게 꾸미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최근 인테리어는 그래도 내추럴한 인테리어가 유행인데 사실 뭐 이건 클래식이니까. 군더더기 없고 깔끔한 실용적인 스타일이다. 어느 정도 괜찮은 인테리어라 생각하지만 그 안에서도 시간을 들여 내 생활에 맞는 것을 찾아야 한다.
↑ 비포앤 에프터 사진. 사진 = 나르 유튜브 |
▷물건이 밖에 다 나와 있는 집. 예쁜 가구· 식물을 사는 게 인테리어가 아니다. 나도 사실 전에는 그렇게 생각했는데 공부하면서 달라졌다. 내 공간을 내게 편하게 꾸미고 내 생활습관을 가꾸는 것이 인테리어더라.
ㅡ 사람들에게 해줄 만한 조언.
▷ 인테리어는 특별히 미적 감각이 있다거나 특출한 사람만 하는 게 아니다. 요리처럼 처음엔 어려워도 누구나 할 수는 있다. 자꾸 관심을 가져야 한다. 인테리어를 시작해보겠다 그러면 이불과 커튼만 바꾸면 된다. 쉽고
[디지털뉴스국 류혜경 인턴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