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보다 교통사고 현장에 더 빨리 도착한 견인차 이유 있었네

교통사고 차량을 먼저 견인하기 위해 경찰 무선 감청도 서슴치 않은 견인차 기사와 자동차공업사 영업사원들이 무더기 적발됐다.
이들은 감청이 가능한 무전기를 구입하고 경찰관들이 보안을 위해 사용하는 무전 암호까지 배워 경찰보다 교통사고 현장에 더 빨리 도착한 것으로 확인됐다.
전북경찰청 광역수사대는 통신비밀보호법 위반 혐의로 견인차 기사 박모(52)씨 등 17명을 불구속 입건했다고 30일 밝혔다. 이들 중 3명은 조직폭력배인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또 이들에게 감청이 가능한 무전기를 판매한 혐의(전파법 위반)로 정모(71)씨 등 2명을 함께 입건했다.
박씨 등은 지난해 1월부터 17개월 동안 정씨 등에게 산 무전기로 경찰 무전을 감청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들은 무전기를 들고 있다 경찰 무전에서 '교통사고'라는 단어가 들리면 사고가 발생한 현장에 신속히 출동해 파손 차량을 견인했다. 심지어 경찰보다 1~2분 빨리 현장에 도착해 차량을 선점한 것으로 전해졌다. 자동차공업사는 사고 차량을 가져온 견인차 기사들에게 전체 수리비용 중 공임의 30%를 대가로 지급했다.
경찰 조사결과 이들은 정씨 등으로부터 구입한 무전기로 경찰이 사용하는 것과 같은 무전 주파수를 맞추는 수법으로 경찰 무전을 감청했다.
이들은 또 교통사고 현장에 먼저 도착하기 위해 의무경찰 출신 견인차 기사들로부터 경찰 음어(경찰이 보안을 위해 사용하는 무전 암호)를 배우는가 하면 신호위반, 과속 등 교통법규 위반도 아랑곳 하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 무전 내용이 쉽게 뚫린 것은 무전 방식이 대도시와 다르기 때문으로 드러났다.
서울과 인천, 부산 등 수도권과 대도시 지방경찰청은 감청이 불가능한 디지털(TRS) 방식 무전기를 사용하지만, 다른 지역은 여전히 아날로그 방식을 쓰고 있어 무전 내용이 새 나갔다고 경찰은 밝혔다. 경찰 관계자는 "이들이 매일 발생하는 크고 작은 교통사고에 모두 출동했기 때문에 정확한 범죄수익은 가늠하기 어렵다"며 "피의자 중에는 폭력조직원도 포함돼 있어 조직적인 범죄개입 여부도 조사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전주 = 박진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