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케이 스타일 허브', '렛츠 런 파크'는 대체 뭘 하는 곳일까요?
세계 최고의 문자 '한글'을 가진 우리나라의 공공기관, 또는 지자체가 지은 정책명과 기관이름들입니다. 포트오너는 '인천시민 혁신단', 누들 플랫폼은 '국수문화 체험장', 케이 스타일 허브는 '한국문화 체험관', 렛츠 런 파크는 '경마공원'. 쉽고 편하게 부를 수 있는 말이 이렇게 있음에도 굳이 영어를 쓰는 이유, 글로벌 시대에 부합한다는 이유도 있겠지만, 그보단 영어를 쓰면 좀 있어 보인다는 '폼재기'는 아닐까요.
'프라이드 경북', '아이 서울 유' 같은 지자체 슬로건에다 '케이 워터', '코레일', 'LH' 같이 이름을 아예 영어로 바꿔버린 공공기관들까지. 거기다 전국 곳곳에 있는 테크노 파크, 바이오산업 연구원. 이러니 정부와 지자체에서 발표한 공문엔 영어와 한문이 온데 뒤섞여, 정책은커녕, 무슨 말인지조차 이해하기 힘든 경우가 수두룩합니다. 현행법상 공문서는 한글로 작성하는 게 원칙인데도 말이죠.
'프랑글레를 막아야 한다.'
1994년 프랑스 국회는 프랑스어 사용에 관한 법안을 통과시켰습니다. 같은 의미의 말이 프랑스어에 있을 경우, 외국어 사용을 금지하고 프랑스어를 사용하도록 의무화한 거죠. 그리고 이를 위해 빈번하게 사용되거나 오용되는 외국어 3천5백 단어를 프랑스어로 옮긴 사전을 편찬해 정부와 공공기관에 먼저 배포했습니다. 덕분에 프랑스인에겐 '언어는 곧 민족'이란 의식이 더 강하게 심어졌죠.
세종대왕이 한글을 만든 건, 백성이 글을 몰라 제 할 말을 제대로 표현하지 못함이 안타까워서였습니다. 그런데 한글을 다 알고 있음에도 국민들이 나라의 정책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다면, 그건 정책을 제대로 전달하지 못하는 관료들 잘못 아닐까요. 한글을 씁시다가 아니라, 먼저 써서 보여주는 진짜 있어 보이는 솔선수범의 자세, 기대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