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로시간 단축은 저녁있는 삶이 24시간 일자리를 찾아 헤매는 삶을 만들 것이다."
12일 서울 광화문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근로시간 단축 현장 안착을 위한 정책 심포지엄'에 참석한 조선, 건설, 방송, 정보기술(IT) 관계자들은 지난 7월 1일부터 시행에 들어간 주52시간 근로시간 단축을 성토했다. 근로시간 단축을 추진한 정부도, 근로기준법을 통과시킨 국회도 현장의 어려움과 부작용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제도를 도입했다는 지적이다.
첫 발표자로 나선 정석주 한국조선해양플랜트협회 상무는 "장시간 근로의 비생산성은 개선되어야 하지만 획일성과 일률성에는 의문이 제기된다"며 "조선업 특성상 고숙련 기술자와 연속작업이나 집중업무가 필요한 해상 시운전, 해외 해양플랜트 사업 등의 직무에 특례를 인정하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조준형 대한건설협회 본부장도 "건설산업연구원 분석에 따르면 근로시간 단축으로 공사비는 평균 4.3%, 최대 14.5% 증가할 것으로 추정된다"며 "근로시간 단축 시행일 이전에 착수한 현장은 기존 근로시간을 적용하고, 해외 건설현장은 적용을 제외하거나 유예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상주 한국드라마제작사협회 사무국장은 "주52시간 시행으로 드라마 촬영시간이 절반으로 줄면 제작 드라마가 감소해 드라마 스태프 일자리도 줄어들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정 한국외국국어대 교수는 지난 6월 29일 일본 국회를 통과한 '일하는 방식 개혁법' 중 근로시간제도를 소개하며 "일본은 과도한 장시간 근로를 제한하면서도 선택적 근로시간제 정산기간을 1개월에서 3개월로 늘리고, 초과근로 상한 규제의 경우 건설업은 5년 적용유예를 두었다"고 소개했다.
이광선 법무법인 지평 변호사는 "일본의 근로시간 개혁법은 오히려 한국의 근로시간에 비하면 규제가 약한 편"이라며 "우리나라는 주(周) 단위로 근로시간을 제한하는데, 일본의 경우 월(月) 단위, 연(年)
김용근 한국경영자총협회 상근부회장은 "기업이 잘돼야 고용과 소득도 늘어난다"며 "근로시간은 기업 경쟁력과 직결되는 만큼 유연성이 보장될 수 있도록 개선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문지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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