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업투자자 전 모 씨 형제는 '초단타' 매매를 이용해 시세에 부당한 영향을 줬다는 이유로 지난해 6월 금융위원회로부터 각각 수 천만원씩의 과징금을 부과 받았다. 2016년 9~10월 '반기문 테마주'를 선매수한 뒤 1주의 고가매수 주문을 평균 2~3분간 수백회 반복하는 방식으로 총 8000만원 이상의 차익을 남긴 데 대한 제재다. 전씨 형제는 금융위 조치에 불복해 행정 소송을 제기했고, 지난달 2일 서울행정법원 행정7부(부장판사 함상훈)는 "이들의 차익이 온전히 부당행위에 의한 것이라고 단정할 수 없다"며 과징금 취소 판결을 내렸다.
이 사건은 2015년 7월 자본시장법 개정 이후 금융위가 개정 법률을 근거로 개인투자자에게 과징금을 부과한 첫 사례다. 금융위는 법 개정으로 불공정거래행위에 이르지 않는 시세관여 등 시장질서교란행위에 한해 과징금을 부과할 수 있게 됐다. 형사처벌 과정이 오래 걸려 그 사이 범죄수익을 빼돌릴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과 위법성 입증이 보다 용이한 과징금 등 행정처분으로 이를 보완할 수 있다는 주장이 꾸준히 제기돼온 영향이 컸다.
그러나 법원이 제동을 걸면서 결국 제재는 실패한 셈이 됐다. 이 판결의 핵심은 '위반행위로 얻은 이익'을 정확히 산출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재판부는 "이들의 주식 거래 방식은 주가를 왜곡할 우려가 있는 행위에 해당한다"면서도 "해당 종목이 테마주였다는 점 등 당시 주가에 미치는 외부 요인이 많았다"고 판단했다. 부정행위는 인정해도 이에 따른 차익을 알 수 없어 과징금 부과가 타당하지 않다는 뜻이다.
법원의 이런 판단은 형사사건에도 영향을 준다. 위반행위로 얻은 이익은 형사처벌의 가중 여부나 몰수·추징의 기준이 되는데, 이와 같은 이유로 법원이 부당이익을 '금액불상' 처리하고 있기 때문이다. 금액불상이란 범죄수익을 국가가 한 푼도 거둬들일 수 없다는 뜻이다. 실제 검찰이 기소한 주가조작 사건 대부분은 부당이익에 대해 무죄를 받고 있다. 증권범죄를 집중 수사하는 서울남부지검에 따르면 시세조종 등 혐의로 기소했다가 금액불상으로 무죄를 받은 인원수는 2014년 1명, 2015년 11명으로 집계됐다. 무죄비율은 각각 0.7%, 3.6%에 불과했다. 하지만 2015년 금융조세조사부가 이전한 뒤인 2017년에는 21명, 2018년(2월말 기준)에는 19명으로 무죄비율은 각각 8.9%, 23.5%로 급증했다. 2014년부터 지난 2월까지 무죄선고 사건의 부당이익 총액은 검찰 추산 1030억원9000만원에 달한다.
이런 상황이면 제2의 '홈캐스트 주가조작 사건'도 재발할 수 있다. 장병권 전 홈캐스트 회장 등은 이른바 '황우석 테마주' 관련 거짓 정보를 흘려 주가를 올린 뒤 251억원을 챙긴 혐의로 지난해 4월 재판에 넘겨졌다. 하지만 1심 재판부는 피고인들의 유죄를 인정하면서도 부당이익은 금액불상 처리했다. 2015년 허수 매수 주문 등으로 시세를 조종해 85억원을 챙긴 혐의로 기소된 '위지트 사건'도 비슷하다. 물론 피고인이 벌금형을 받을 수 있지만 금액불상인 경우엔 벌금 상한액이 5억원에 그쳐 솜방망이 처벌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한 증권범죄 수사 전문가는 "부당이익을 정확히 산출할 수 없다는 게 가장 큰 문제"라며 "이에 대한 보완이 이뤄지지 않는다면 주가조작
[송광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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