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초 아동수당은 모든 아동에게 지급하기로 돼 있었습니다. 그러던 게, 국회 논의 과정에서 부모의 소득 재산 상위 10%는 지급대상에서 제외가 됐죠. 이번에 아동수당은 230만 명이 신청했는데, 아직 심사가 진행 중인 아동을 빼고 6만 6천 명은 지급 대상에서 탈락했습니다. 부모의 소득이나 재산이 상위 10%에 해당됐거든요.
기초연금이나 양육수당을 처음 지급했을 때도 그랬지만 이번에도 인터넷상에선 선택적 복지와 보편적 복지를 놓고 또다시 논쟁이 다시 벌어졌습니다. '부자들한테까지 10만 원을 줄 필요가 있느냐', '아니다, 세금 걷어 주는 거니 금수저도 주는 게 맞다' 이렇게요.
보건사회연구원은 상위 10%를 가려내는 '행정비용'이 한 해 천억 원 안팎이라고 밝힌 바 있습니다. 이건 상위 10% 아동에게 지급하는 아동수당 총액과 비슷합니다. 이것만 놓고 보면 어차피 비용으로 날아갈 돈이니까 아동수당을 부모의 소득이나 재산과 상관없이 지급하는 게 맞지 않느냐는 얘기가 나올 법도 합니다. 현실적인 의견도 있습니다. 연말정산 때 하위 90%에게 그만큼 세액공제를 늘려주는 식으로 '조용히' 줄 수도 있는데 왜 요란하게 갈등을 부추기며 주느냐고요.
사실 모두가 만족하는 정책은 있을 수 없습니다. 그런데 납득하기 어려운 근거로 수혜 대상을 나누고 이 과정에서 국민통합을 해치는 부작용까지 나타난다면 고민을 더 해보는 게 맞습니다. 좋은 일 하는 데 세금을 쓰는 문제를 놓고 갈등을 줄일 수 있는 방법이 그렇게 없는 것인지, 머리 좋은 공무원들은 이럴 때 머리를 쓰라고 세금을 주는 거 아닐까요. 사회 편가르기를 최소화할 수 있는 정책을 기대해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