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 하도급 거래 조장'…한전 간부 12명 뇌물 수수로 검거

공사 편의를 봐주고, 불법 하도급 공사를 묵인해 준 대가로 수 억원대의 뇌물을 받은 한국전력 전·현직 간부들이 경찰에 검거됐습니다.

먼저 재판에 넘겨진 한전 지사장 등 간부 3명은 1심 재판에서 각각 징역 1년∼4년과 벌금 최고 6천만원의 형을 선고받았습니다.

이들은 서울 마곡지구와 파주 운정지구 등 대규모 아파트단지의 배전간선 설치공사 때 수천만원의 현금부터 금두꺼비까지 각종 뇌물을 수수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오늘(4일) 의정부지법과 경기북부지방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에 따르면 한전 지역본부 지사장 57살 A씨는 2012년 12월부터 2015년 12월까지 한전 모 지역본부의 배전총괄팀장으로 근무하며 서울 우면2지구와 마곡지구 배전간선 설치공사 관련 업무를 총괄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2014년 9월 여의도의 한 음식점에서 51살 공사업자 B씨로부터 설계변경 등 공사 편의를 봐주는 명목으로 시가 약 300만원 상당의 순금두꺼비 2개(20돈)를 받은 것을 비롯해 총 58회에 걸쳐 1천813만7천11원 상당의 금품과 향응을 받은 혐의로 구속기소됐습니다.

또 한전 지역본부 팀장 57살 C씨는 2013년 12월부터 2016년 2월까지 배전과장으로 근무하면서 2015년 6월 2일 서울의 한 건물 지하주차장에서 파주 운정3지구 4공구 공사의 하도급을 받게 해달라고 하는 B씨로부터 현금 5천만원을 받아 챙긴 혐의를 받았습니다.

특히 C씨는 자신이 서울 성북구 아파트(5억2천만원)를 매입하려는데 돈이 부족하니 1억원을 가져오면 다른 공사를 알선해주겠다는 등의 노골적인 요구를 한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과장 직책의 58살 D씨는 2015년 6월 1일 대전 유성구의 한 일식집에서 행복도시 관로 설치공사를 하도급받아 진행하던 B씨로부터 편의를 봐달라는 명목으로 현금 1천만원을 받는 등 2016년 9월 28일까지 총 12회에 걸쳐 5천948만8천916원의 금품과 향응을 챙긴 혐의를 받았숩나다.

의정부지법 형사11부(박정길 부장판사)는 뇌물수수 등의 혐의로 기소된 A씨에게 징역 2년과 벌금 3천700만원을, C씨에게 징역 4년과 벌금 5천만원을, D씨에게 징역 4년과 벌금 6천만원을 각각 선고했습니다.

또 뇌물공여 혐의로 기소된 공사업자 B씨에게는 징역 1년을 선고하고, A·C·D씨로부터 각각 1천793만9천11원, 5천만원, 5천948만8천916원을 추징하기로 결정했습니다.

박 부장판사는 "한전 임직원의 업무수행 공정성과 이에 대한 사회 일반의 신뢰를 훼손했다"며 "구조적인 불법 하도급 거래를 조장한 것으로 보여 죄책이 매우 무겁다"고 양형 이유를 판시했습니다.

이들을 비롯해 전 한전 지역본부 처장 65살 E씨는 퇴직 한달 전인 2011년 2월 'LNG 배전공사를 수주하게 도와달라'는 청탁을 하는 B씨로부터 3천200만원의 뇌물을 받는 등 공사 알선, 불법 하도급 묵인, 설계변경을 통한 추가 예산 배정 대가로 뇌물을 받은 전·현직 한전 간부 9명의 범죄 혐의도 경찰 조사결과 추가로 밝혀졌습니다.

E씨 등은 지난달 말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돼 아직 재판에 넘겨지진 않았습니다.

경찰이 수사한 결과 A씨 등 전·현직 간부직원 12명이 묵인해준 불법 하도급 공사는 286억원대, 설계변경은 62억원대인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경찰은 불법 하도급 건설업체 28곳에 대해 전기공사업법 위반 혐의를 적용해 수사를 확대할 예정이며, 사업장 관할 지자체에 위반 사실을 통보할 예정입니다.

또 불법 하도급 공사를 했거나 진행 중인 공사현장에 대해서도 한전 감사실로 통보해 부실공사가 이뤄졌는지도 확인할 계획입니다.

경찰 관계자는 "한전은 국가 전력사업을 관리·감독하는 국내 최대 공기업으로, 배전공사 부실은 국민 안전과 직결되는 문제"라며 "그런데도 한전 일부 간부와 공사업자의 유착 고리로 인해 불법 하도급 관행이 근절되고 있지 않아 관련자에 대한 엄중한 처벌을 했다"고 밝혔습니다.

[MBN 온라인뉴스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