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 산악인 9명이 동시에 변을 당한 건 산악계에서도 보기 드문 일이라고 합니다.
이권열 기자와 함께 사고 원인과 관련해서 조금 더 이야기 나눠 보겠습니다.
【 질문1 】
사고 원인이 눈폭풍이라고 하는데, 김창호 대장이 등산 전문가라 날씨가 좋을 때를 선택하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요즘 네팔, 특히 히말라야 날씨는 어떤가요?
【 기자 】
우리나라에서 요즘 네팔 여행 가시는 분들이 많은데요.
히말라야의 경우 10월 전에 우기가 끝나서 요즘이면 맑은 날씨가 이어진다고 합니다.
그래서 여행 성수기도 10월부터 이듬해 3월이라고 합니다.
【 질문2 】
10월이 대개 날씨가 좋다고 하셨는데, 등반대가 안타깝게 눈폭풍을 만났어요.
최근에 날씨가 좀 안 좋아진 건가요?
【 기자 】
예년에는 보기 드문 이상 기후가 나타났을 가능성이 큽니다.
우리나라도 요즘 가을 추위가 일찍 찾아왔는데요,
지구 북반구가 대체로 요즘 날씨가 추워졌습니다.
북극 주변의 찬 공기를 가둬두는 제트기류가 다른 해보다 내려온 상태입니다.
또 인도양 쪽에 태풍이 있었습니다.
많은 수증기가 공급이 됐을 텐데요.
많은 수증기가 찬 공기를 만나서 평소보다 더 많은 눈이 내리고, 더 강한 눈폭풍이 발생했던 것으로 보입니다.
【 질문3 】
베이스캠프를 눈폭풍이 덮친 건데, 베이스캠프가 자리를 잡은 곳이 혹시 위험했던 걸까요?
【 기자 】
김창호 대장의 좌우명이 '집에서 집으로'였다고 합니다.
집에 무사히 도착해야 등산이 끝난 것이다, 이런 의미인데요.
그 정도로 무척 꼼꼼한 성격이었고, 안전을 중요하게 생각했다고 합니다.
베이스캠프를 만든 곳도 가장 안전하다고 판단했을 겁니다.
베이스캠프가 차려진 곳이 해발 3,500미터 지점인데요.
구조 작업을 돕는 구조 단체 글로벌레스큐 관계자는 AFP 통신에, "어떻게 이런 일이 일어났는지 이해하기 어렵다, 이 고도에서는 심한 강풍이 불지 않는다"고 밝혔습니다.
그만큼 전문가들도 사고 원인을 설명하기가 어려운 사고였습니다.
【 질문4 】
히말라야 원정대가 '코리안웨이'를 개척하려다가 참변을 당했다고 하는데요.
'코리안웨이'라는게 어떤 건가요?
【 기자 】
우선 등정주의, 등로주의부터 설명을 드려야 할 것 같습니다.
【 질문5 】
등정주의, 등로주의가 뭐죠?
【 기자 】
등산에 등정주의와 등로주의가 있습니다.
등정주의는 말 그대로 산에 올라가는 것에 의미를 두는 겁니다.
정해진 코스를 따라가는 방식이고요.
등로주의는 새로 등산 코스를 개척하는 겁니다.
두 가지 방식 가운데 무엇이 더 쉽다, 어렵다 이렇게 말할 수는 없습니다.
그렇지만, 최근 산악인들의 등산 방식은 등정주의에서 등로주의로 바뀌고 있습니다.
등정 자체보다 새로운 등산 방식을 개척하면서 인간의 한계에 도전하는 것이 등산의 궁극적인 의미에 부합한다는 겁니다.
김창호 대장 역시 등로주의를 고집하던 산악인이었습니다.
이번 원정의 슬로건도 '코리안웨이 프로젝트'였습니다.
새로운 등산로를 개척해서 코리안웨이라는 이름을 붙이려 했지만 안타깝게 변을 당했습니다.
【 앵커멘트 】
김창호 대장은 산이 위험한 곳이라면서도 '산에 가지 않는 산악인은 의미가 없다'는 말을 했다고 합니다.
김창호 대장의 도전 정신은 영원히 기억될 것 같습니다.
지금까지 사회부 이권열 기자와 이야기 나눠봤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