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화점이나 면세점에서 밝은 얼굴로 고객을 대하는 직원들, 하루 종일 서 있는 이들은 도대체 어디서 어떻게 쉴까요?
이정호 기자가 보도합니다.
【 기자 】
한 외국계 가구업체의 직원 휴게실입니다.
교실 2개 정도의 넓다란 공간에 상큼한 빛깔의 테이블과 의자가 여러 개 배치됐습니다.
침대에서 눈을 붙이고, 개인 음악실에서 기타를 칩니다.
▶ 인터뷰 : 정혜진 / 가구업체 사원
- "안마 의자에 앉아서 피로도 풀고 가고, 동료들과 시간이 맞으면 탁구도 하고…."
하지만 이런 휴게실을 갖춘 기업은 극히 드뭅니다.
한 백화점의 직원 휴게실은 상품 박스가 천장에 닿을 듯 쌓였고,
낡은 소파 예닐곱 개가 전부입니다.
그나마도 직원들은 무릎을 맞대고 앉아야 할 지경입니다.
우리나라 판매직 노동자들이 휴게실에서 쉬는 건 하늘의 별따기입니다.
의자 숫자가 부족하고, 쉴 공간도 좁았습니다.
사측의 무신경에 복도, 탈의실에서 지친 몸을 앉히고 기대는 게 현실입니다.
화장실 문제는 더 심각합니다.
한 유명 백화점의 지침을 보니 직원은 고객용 화장실을 이용하지 못하도록 해 놨습니다.
▶ 인터뷰 : 김수정 / 한국시세이도 노조 사무국장
- "방광염과 변비에 시달립니다. 볼일이 급해도 갑자기 고객이 오면 응대를 해야 하기 때문에…. 저는 물도 잘 마시질 않습니다. "
내일부터 감정노동자의 권리를 강화한 법이 시행되지만 백화점이나 면세점에서 일하는 90% 가량의 간접고용 직원은 보호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습니다.
MBN뉴스 이정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