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립유치원이 교육공무원보다 훨씬 깨끗하다.' 비리 논란에 휩싸인 한국유치원총연합회가 내놓은 입장이 이와 비슷합니다. 교육부가 유치원 감사 결과를 실명으로 공개하려 하자 '모두 도둑놈인데 왜 우리만 갖고 그러느냐'며 비리로 징계받은 교육부 공무원 77명을 전수조사하고 실명을 공개하라고 했으니까요. 마치 정부에 '우리 건드리면 가만 안 있는다'고 경고하는 것처럼 보이죠.
한유총이 이렇게 당당하게 나올 수 있는 건, 그들이 그만큼 정치적 영향력을 갖고 있는 큰 조직이기 때문입니다. '돈'과 '입김'으로 선거 때마다 정치인들의 당락에 영향을 주면서 말이죠. 가장 대표적인 예가 집단 휴원과, 공청회 방해입니다.
2016년 6월엔 정부의 재정지원 확대를 요구하며 집단 휴원을 예고했다가 철회했었고, 지난해 9월에는 정부의 국공립유치원 확대 정책을 반대하며 집단 휴업하려다 여론 악화로 철회한 적이 있습니다.
앞서 7월에는 정부의 '5개년 유아교육발전 기본계획'을 위한 공청회장을 두 차례나 점거해 무산시켰고, 지난 5일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개최한 토론회에서는 한유총 회원 수백 명이 몰려와 욕설과 고성을 쏟아내기도 했었죠.
한유총은 지금도, 내년 원생모집을 포기하고 문을 닫겠다며 아이들을 볼모로 으름장을 놓고 있습니다. 전체 원아의 75%가 속한 사립유치원이 이러면 보육 대란이 발생할 텐데도 말이죠.
과거에는 입김이 통했을지 모르지만, 지금은 처지가 다릅니다. 이미 6천 건이나 되는 비리와 269억 원의 부정회계가 드러난 시점입니다. 그런데도 반성은커녕 본인들의 허물을 덮기 위해 남의 잘못을 들춰내 위기를 모면하려 하다니요.
이참에 확실하게 털고 갔으면 합니다. 매년 2조 원의 국고를 지원받고도 감시는 받지 않았던 사립유치원을, 이번에도 정부와 정치권이 변죽만 울리다가 슬그머니 물러서게 될까요. 그렇다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아이들에게 갈 겁니다. 정부와 정치권이 이 일을 얼마나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는지, 두고 볼 차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