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 카풀'이 운전자 모집을 시작하며 논쟁이 일고 있다. 택시업계는 "택시 생존권이 위협받는다"며 지난 18일 파업을 할 만큼 강력하게 반대한다. 시민 의견도 분분하다.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카카오 카풀 도입 찬성과 반대를 요청하는 카풀 관련 청원이 80여 개에 달한다.
카카오 카풀을 둘러싼 갈등을 보며 '카풀앱이 택시를 대체할 수 있을까'라는 의문이 들었다. 기존에도 카풀을 중개하는 앱이 있지만 주변에서 이용자를 찾아보기 어려웠다. 카풀앱을 직접 이용해 지난 24일 퇴근과 25일에 출근을 해봤다.
◆ 카풀앱 '라이더'되보니…"시간 조절 어렵지만 저렴"
현행 여객운수사업법 제81조의 예외조항은 '출퇴근 때 승용차를 함께 타는 경우'에 한해 유상운용을 허용한다. 이를 근거로 2016년쯤 사업을 시작한 몇 개 업체가 반짝 인기를 얻었지만 곧 사그라들었다. 현재 남은 카풀 앱에서 1, 2위는 '풀러스'와 '럭시'다. 이 중 럭시는 지난 2월 카카오 모빌리티가 택시 수급 불균형을 해소하겠다는 목표로 인수해 카풀 서비스 출시를 준비해왔다. 풀러스는 업계 1위지만 지난 6월 경영난으로 기존 대표이사가 사임하고 직원 70%를 해고한 뒤 가까스로 운영 중이다. 두 앱을 이용해 '라이더'(카풀 서비스에서 동행자)가 돼보기로 했다.
가입부터 시작했다. 풀러스와 럭시 모두 라이더 가입절차는 비슷했다. '카카오톡'이나 '페이스북' 등 기존 정보가 연동돼 휴대전화 본인인증만 거치니 가입이 금방 완료됐다. 앱내에서 결제가 이뤄져 카드등록을 한 뒤 바로 이용할 수 있었다.
지난 24일 퇴근 시간에 첫 시도를 했다. 두 앱 다 예약 기능이 있었지만 택시와 비교해보기 위해 사용하지 않았다. 가장 차가 밀리는 오후 6시 10분에 카카오 카풀의 기반이라 할 수 있는 럭시를 먼저 시도했다. 출발지에 '충무로역'을 입력하고 도착지에 '신촌'을 입력했다. 운전자 옆자리와 뒷자리·즐거운 대화하기와 조용히·트렁크 사용 여부 등을 고를 수 있었다. 6시 11분 요청을 눌렀다. 앱은 실시간으로 몇 명에게 요청 중인지 알려줬다. 하지만 10분이 지나도 요청을 받는 드라이버가 없었다.
풀러스를 켰다. 풀러스는 내 프로필에서 탑승옵션을 선택할 수 있다. 따로 설정하지 않고 그냥 요청을 눌렀다. 풀러스를 누르자마자 1분 만에 '매칭'이 됐다. 운전자 위치와 사진·차종과 차량 번호가 표시됐다. 그런데 36분 후 도착이라는 말에 첫 번째 매칭을 취소했다. 다시 요청을 누르고 5분이 지나서 매칭에 성공했다. 앱내 채팅창이 생겨 대화를 할 수 있었다. 운전자가 정확한 위치를 물어왔다. 13분을 기다린 뒤에 '드라이버'가 도착했다. 드라이버를 기다리는 사이 내 앞에서는 세 명이 택시를 타고 떠났다. 퇴근 시간보다 출근 시간이 더 매칭이 잘 된다는 후기가 떠올랐다.
↑ 출발지와 도착지를 입력하면 요금이 계산된다. [사진=풀러스 앱 캡처] |
오후 7시 25분께 신촌에 도착했다. 보통 퇴근 시간에 택시를 타면 30분 정도 걸리는데 중간에 길을 잘못 들어 5분 정도 더 지났다. 네비게이션을 이용하기는 하지만 택시가 아니므로 운전자가 낯선 길이라면 도착시간을 보장받기는 힘들 것 같았다.
차에서 내리자 3610원이 자동으로 결제돼 문자가 왔다. 첫 이용이라 8610원에서 할인을 받았다. 택시였다면 1만1000원 정도를 지출했을 것이다. 쿠폰이 아니라면 택시 요금보다 30%가량 저렴하다는 설명이 맞았다. 앱에서는 '여정이 완료됐다'는 알림 후에 채팅창이 사라졌다. 대신 물건을 두고 내리거나 연락이 필요한 경우를 위해 서로의 안심번호가 24시간 노출된다.
다음날인 25일도 출근을 하며 풀러스를 이용했다. 럭시는 20분 동안 기다렸지만 매칭이 되지 않았다. 후에 풀러스를 이용해 만난 드라이버인 직장인 이 모씨(36)에 따르면 "럭시는 카카오에 인수되고 관리를 안 해서 요즘 매칭이 어렵다"고 했다. 출근길에는 7620원이 결제됐다. 지난 퇴근길보다 차가 덜 밀려 1만원 정도 나왔을 거리다.
◆ "택시 대체? 아직은 글쎄"
카풀 출퇴근을 하며 든 생각은 '택시와는 다르다'는 것이다. 저렴한 이동수단인 건 맞지만 아직 택시 대용이 될 순 없어 보였다. 주로 급할 때 이용하는 택시와 달리 직장 동료와 카풀을 하듯 시간 여유를 두고 서로를 배려해야 했다. 매칭이 느려지거나 운전자가 길을 모르면 '빠르게' 이동할 수 없어 급할 때는 택시를 타는 것이 좋을 것 같았다.
택시와 가장 다른 점은 서비스를 이용하는 게 아니라는 것이다. 카풀의 운전자는 서비스를 제공자가 아니다. 지하철에서 사람에 치이는 불편함은 없지만 택시처럼 뒷자리에 앉아 눈을 감고 있기는 어려웠다. 택시를 이용하는 목적이 단순히 '편하게'라면 카풀에 백 퍼센트 만족하기는 어려워 보였다. 실제 이용후기에는 '조용히 가고 싶은데 말을 해야 해서 불편하다', '뒷자리에 못 앉게 해 평점을 깎았다'는 내용이 많다. 반면 드라이버들은 '예의없는 라이더'를 질타한다. '내가 운전기사도 아닌데 뒷자리를 고집한다', '말이 너무 없어서'또는 '말이 너무 많아서' 평점을 낮게 줬다는 후기도 있다. 카풀앱은 내린 뒤에는 드라이버와 라이더가 서로의 '여정'을 평가할 수 있다. 이때 매긴 평점으로 매칭률이 낮아지거나 요청을 거부할 수 있다.
↑ 카풀앱 이용을 완료하면 서로를 평가한다. [사진 = 류혜경 인턴기자] |
운전자의 전과 여부를 지적하는 목소리도 많다. 카풀업체에서는 본인인증과 회사메일인증 등을 통해 신변을 보장한다지만 충분하지 않다는 지적이다. C&I소비자연구소는 리서치앤리서치 설문에서 카풀 서비스 허용을 반대하는 의견에는 '범죄 악용 가능성이 크므로'가 71.7%로 반대 의견 중 가장 높았다. 특히 여성(84.4%)이 남성(54.0%)보다 범죄 악용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컸다. 이와 관련해 택시 업계는 '택시기사의 경우 정기적으로 신변조회를 하고 전과자는 제한되지만 카풀은 그렇지 않다'는 주장이다.
사고가 났을 때 보험처리를 제대로 못 받을 가능성도 있다. 현재 카풀업체들은 동승자도 보상해주는 '대인배상2'를 가입요건으로 내세워 라이더도 보상을 받는다고 말한다. 하지만 유상운송 소지가 있어 보장을 확신할 수 없다는 것이 업계 설명이다. 손해사정사 김 모씨(43)는 "대인배상2가 적용되는 것은 출퇴근을 고정적으로 같이하는 특정인에게 주유류 정도의 돈을 받는 것이다"며 "출퇴근 경로를 벗어나기도 하는 카풀은 면책처리가 돼 소비자가 손해를 볼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하지만 택시와 비교하지 않고 카풀이라는 목적으로 생각한다면 만족을 얻을 수 있다. 통근을 먼 거리로 하는 이용객들은 대체적으로 만족한다는 후기를 내놓았다. 두 번째 만난 운전자는 "하이브리드카라 주유비가 저렴해 카풀로 다 충당된다"면서 "자주 마추치는 라이더도 있는데 서로 카풀이라 생각하고 합리적으로 이용하면 매우 만족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다양한 카풀앱을 이년 넘게 꾸준히 사용하고 있다고 했다.
문제점이 보완되고 이용객이 늘어난다면 '교통난 해소'라는 본래 취지도 살릴 수 있을 것 같았다. 실제 동남아에서는 차량공유 플랫폼인 '그랩'이 등장해 일상적인 교통수단이 되며 교통난 해소에 도움이 된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2012년 말레이시아에서 택시 호출 서비스로 시작된 그랩은 6년 만에 아세안 8개국 235개 도시로 퍼지며 승용차와 오토바이까지 공유서비스를 제공하는 슈퍼기업이 됐다.
◆ '카풀' 이제 도입기 "단계적으로 제도 마련"
카카오 카풀의 도입을 둘러싼 갈등은 당분간 끝나지 않을 전망이다. 정부는 카풀 등 공유경제에 관한 답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지난 24일 경제 활력 저하와 고용 부진에 대응하겠다며 관계장관 회의를 열어 대책을 발표했지만, 시장의 기대와 달리 "소비자 선택권 제고를 위해 신 교통서비스를 활성화하되, 기존 운수업계 경쟁력 강화 등 상생방안 마련을 병행한다"는 모호한 입장을 냈다.
반면 카풀 서비스 도입을 기다리는 소비자들이 많다. C&I소비자연구소는 리서치앤리서치와 함께 지난 18일부터 21일까지 4일 간 전국 만 19세~69세 성인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카풀 서비스에 대한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이에 따르면 응답자 10명 중 7명은 카풀 서비스가 필요하다(73.5%)고 했다. '출·퇴근 시간대에 이용 가능한 서비스(33.8%)여서라는 의견이 가장 많았다. 출퇴근 교통난을 해소할 방안이라는 것이다. 직장인 주 모씨(27)은 "카풀서비스가 확대되는 것은 소비자들의 선택지가 늘어나는 것"이라며 "카풀 서비스 도입으로 택시서비스 전반도 개선될 수 있을 것 같다"고 했다.
조동혁 숭실대 경영학부 교수는 "카풀이 취
[디지털뉴스국 류혜경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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