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0년대 '윤필용 사건' 당시 불법 고문에 시달리다 군에서 강제 전역한 박정기 전 한국전력공사 사장(83)이 45년 만에 법원에서 '전역 무효' 판결을 받았다.
서울행정법원 행정4부(부장판사 조미연)는 박 전 사장이 국방부 장관을 상대로 낸 전역 처분 무효 확인 소송에서 "보안사 소속 조사관들의 강요, 폭행, 협박으로 전역 지원서를 작성한 사실이 인정된다"며 원고 승소 판결했다고 5일 밝혔다. 재판부는 "전역 당시 만37세의 중령이던 원고가 자진해 전역을 지원할 이유를 찾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또 "윤필용 사건으로 전역 처분을 받은 장교들이 가혹 행위로 전역 지원서를 작성했고, 그에 따른 처분은 무효라는 취지의 판결을 선고받은 바 있다"고 했다.
박 전 사장은 1958년 소위로 임관한 뒤 중령으로 진급해 제722포병대대장으로 근무하다 이른바 윤필용 사건에 연루돼 1973년 강제로 전역했다. 윤필용 사건은 1973년 당시 윤필용 수도경비사령관(소장)이 술자리에서 이후락 중앙정보부장에게 "박정희 대통령이 노쇠했으니 (이 부장이) 후계자가 돼야 한다"고 말했다가 쿠데타 의혹으로 번진 일이다
앞서 박 전 사장은 "당시 보안사 조사관들로부터 윤 전 소장과의 관계 등에 대해 조사받고 구타와 협박 끝에 강제로 전역 지원서에 서명했다"며 지난 1월 소송을 제기했다. 이번 판결이 확정되면 박 전 사장은 국방부로부터 그동안 밀린 급여 등을 보상받을 수 있다.
[송광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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