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터칼 위협에 성희롱까지…직장 내 만연한 '양진호 갑질'

【 앵커멘트 】
이번 양진호 회장 사태를 보면서 이렇게 말하는 직장인이 적지 않다고 합니다. 나도 저런 상사를 겪어 봤다고요.
회사에서 불이익을 당하지 않으려면 상사의 갑질을 감내할 수밖에 없는 직장인들의 이야기를 정수정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 기자 】
직장갑질을 제보받는 한 공익단체에 들어온 직장 내 폭언입니다.

"XX 몇번 들었어. 다 튀어 들어와 이 XX야. 니가 이 회사에 와서 일한게 XX 얼마인데, 니네 다 오늘 출근 안한 걸로 해버려."

"니네 좋아하는 거 법으로 하는거, 인터넷으로 떠드는거 신나게 떠들어. X같은 회사라고. 그런 X것들을 데리고 일하는 내가 가슴이 터져."

지난 한달동안 들어온 갑질 제보만 225건, 폭행과 성희롱도 만연합니다.

▶ 인터뷰 : 박점규 / 직장갑질119 활동가
- "정말 죽고 싶다거나, 더는 살 수가 없다 이런 호소들이 많았고요. 심각한 우울증과 불안, 공포를 느끼는 분들이 많습니다."

회식 자리서 뱀춤을 춘다며 허리띠로 팀원을 때리는가 하면, 부하직원과 언쟁을 하다가 커터칼로 찌르는 시늉을 하기도 하고, 여직원 주머니에서 생리대를 꺼내 흔들어보인 상사도 있었습니다.

▶ 스탠딩 : 정수정 / 기자
- "실제 국가인권위 조사에서도 10명 중 7명은 직장 내 괴롭힘을 경험하고 이중 한 명은 매일 괴롭힘을 당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접수된 직장 갑질 사례는 대부분 비정규직과 여성들이 대상이었습니다.

▶ 인터뷰(☎) : 직장 여성 A
- "선배들은 구두 굽 갈아오라던지 여성 생필품 그런 거(사오라고) 개인 심부름을 많이 시켰었어요."

▶ 인터뷰(☎) : 직장 여성 B
- "술을 거부할 경우에는 다음 날 업무에서 티가 날 정도로 배제한다거나, 여직원들은 임원들 옆에 가서 술을 따르라던지 웃으며 애교를 부리라는 식으로…."

하지만 물리적 폭행이 아닌 이상 괴롭힘은 현재로선 처벌 근거도 없고 대책도 전무합니다.

'직장 내 괴롭힘 방지법'은 지난 9월 국회 상임위를 통과하긴 했지만, 괴롭힘의 정의가 불분명해 혼란이 불가피하다며 아직 법사위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습니다.

MBN뉴스 정수정입니다. [ suall@mbn.co.kr ]

영상취재 : 라웅비 기자
영상편집 : 김혜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