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립운동가 손병희 선생 등 민족대표 33인을 비하하는 평가를 했다가 피소된 인기 역사 강사 설민석 씨가 후손들에게 1천여만원의 손해배상을 해야 한다는 판결이 나왔습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25부(이동욱 부장판사)는 어제(14일) 손병희 등 민족대표 33인 중 18인의 후손 21명이 설씨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에서 "설씨가 25만∼100만 원씩 총 1천400만원을 지급하라"며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했습니다.
설씨는 2014∼2015년 교양서와 역사 프로그램 등에서 3·1운동 당시 민족대표들이 '우리나라 1호 룸살롱'인 태화관에서 '낮술 판'을 벌였다고 주장했습니다.
특히 손병희 선생에 대해서는 "기생인 태화관 마담 주옥경과 사귀는 사이였다"라거나 "자수하는 과정에서 일본 경찰이 인력거를 보내오자, '택시를 불러달라'고 행패를 부렸다"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후손들은 설씨가 "허위사실로 민족대표와 후손들의 명예를 실추시켰다"며 지난해 4월 총 6억3천만원의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설씨는 문제 제기된 상당 부분이 객관적 진실에 부합해 허위사실이라고 할 수 없고, 허위라고 할 부분이 있다 해도 사료와 역사서에 기록된 내용을 충분히 검토한 후에 강의 내용을 구성했으므로 위법성이 조각된다고 주장했습니다.
재판부는 대부분의 발언에 대해서는 "객관적으로 진실에 어긋난다고 단정할 수 없다"라거나 "역사 비평의 특수성을 고려할 때 불가피하게 허용할 수밖에 없는 범위 내에 있다"며 후손들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다만 '민족대표들 대부분이 1920년대에 친일로 돌아섰다'는 발언에 대해서는 허위라고 판단했습니다.
재판부는 "민족대표 대부분이 3·1운동 가담으로 옥고를 치르고 나와서도 지속해서 나름대로 독립운동을 펼쳐 나간 점, 이런 사정이 고려돼 해방 이후 정부로부터 건국훈장 등을 받은 점 등에 비춰 친일반민족행위가 밝혀진 3명을 제외한 나머지에 대해서는 허위임이 입증됐다"고 설명했습니다.
또한 "피고의 발언은 진위 여하에 따라 역사 속 인물이나 후손들에 대한 평가에 치명적인 오점으로 작용할 수 있고, 발언 전 적시 사실의 진실성을 확인하는 데 과도한 노력이 필요한 것으로 보이지도 않는다"며 "역사 비평의 활성화를 위해 불가피하게 허용돼야 하는 범위 내에 있지 않다"고 밝혔습니다.
재판부는 설씨가 '룸살롱', '낮술 판' 등의 표현을 사용한 것에 대해선 "심히 모욕적인 표현으로 불법행위에 해당한다"라고도 꼬집었습니다.
재판부는 "피고가 비판적 관점에서 강의한 것이고, 일반 대중들이 역사적 사실을 이해하기 쉽게 풀어서 설명하는 과정에서 한 표현행위라 하더라도 역사 속 인물에 대한 심히 모욕적인 언사이며 필요 이상으로 경멸, 비하, 조롱하는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이어 "역사에 대한 정당한 비평의 범위를 일탈해 후손들이 선조에게 품고 있는 합당한 경외와 추모의 감정을 침해하는 위
다만 설씨가 후손들의 지적을 받은 뒤 서적의 내용을 일부 수정하고, 관련 영상도 인터넷상에서 모두 내려 일반인들로서 쉽게 찾아볼 수 없도록 조처한 점 등을 고려해 위자료를 산정했다고 덧붙였습니다.
한편 후손들은 설씨를 사자 명예훼손 혐의로도 검찰에 고소했지만, 검찰은 올해 5월 그를 무혐의 처분했습니다.
[MBN 온라인뉴스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