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승태 대법원 시절 '블랙리스트'에 이름이 올라간 한 판사가 법관 자리에서 쫓겨난 정황이 드러났습니다.
선호하는 근무지에 안 보내는 정도가 아니라 아예 법원에서 내쫓은 모양새라 파장이 클 전망입니다.
이혁근 기자의 단독 보도입니다.
【 기자 】
판결에 불만을 품은 당사자에게 판사가 화살을 맞은 '석궁 테러' 사건을 다룬 영화입니다.
정영진 전 판사는 이 영화를 언급하며 사법부가 스스로 반성해야 한다는 글을 법원 내부 통신망에 올려 '쓴소리 판사'로 통했습니다.
양승태 사법부는 양 전 대법원장 취임 이후 줄곧 정 전 판사를 주시해 왔습니다.
특히 2015년 정 전 판사가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대법관으로 추천한 박상옥 후보자를 공개 비판하자 정 전 판사를 '블랙리스트'에 올립니다.
당시 정 전 판사는 "박 후보자가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의 수사 검사였기 때문에 대법관은커녕 평판사로도 법원에 들어와서는 안 된다"고 비판했습니다.
▶ 인터뷰(☎) : 정영진 / 전 판사
- "그 글 올린 거에 대해서 ○○○ 법원장이 제 방에 와가지고 글 내려라 (압박하고)…."
그리고 같은 해 말 정 전 판사는 재임용 심사를 앞두고 자신의 인사 성적을 알아보려 했지만, 행정처는 알 수 없는 이유로 시간을 끌었습니다.
▶ 인터뷰(☎) : 정영진 / 전 판사
- "대개 바로 알려주는 거거든요. 그런데 아무 이야기가 없더라고요. 그랬는데 2016년 4월인가 5월 그때쯤 뜬금없이 (인사 성적이) 왔어요."
그로부터 얼마 뒤 정 전 판사는 재임용에 탈락했습니다.
판사 재임용 탈락은 신체나 정신의 장해가 있거나 근무성적 불량, 판사로서 품위 유지 위반 때만 가능해 손에 꼽을 정도로 드문 일입니다.
▶ 스탠딩 : 이혁근 / 기자
- "검찰은 얼마 전 확보한 '물의 야기 법관' 자료에 정영진 전 판사의 이름이 수차례 나오는 점을 발견하고 재임용 탈락에 누가 어떻게 관여했는지 조사하고 있습니다."
MBN뉴스 이혁근입니다. [ root@mbn.co.kr ]
영상취재 : 최영구 기자
영상편집 : 양성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