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주운전 사고 낸 뒤 후배 버리고 도주…"죽은 후배가 운전했다" 거짓말까지

음주운전 사고를 낸 뒤 다친 후배를 버려두고 도망간 20대가 경찰에 붙잡혔다. 전역을 1주일 정도 남겨두고 휴가를 나온 군인이었던 이 후배는 이후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머리를 크게 다쳐 끝내 사망했다.
서울 서초경찰서는 27일 특정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 등 혐의로 조 모씨(25)를 구속했다고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조 씨는 지난 9월 24일 술을 마시고 운전하다 강남역 인근에서 중앙선을 침범해 택시와 정면충돌하는 사고를 냈다. 이 사고로 같이 차에 타고 있던 후배인 해군 병장 이 모씨(24)는 머리뼈가 골절되는 등 큰 부상을 입었다. 조 씨는 현장에서 필요한 조치를 취하지 않은 채 도주했고, 병원으로 옮겨진 이 씨는 사고가 발생한지 20시간 만에 두부 손상으로 사망했다.
조 씨의 악행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경찰은 사고 이후 조 씨가 경찰에 자진 출석해 "숨진 이 씨가 음주운전을 했고 나는 운전을 한 기억이 없다"고 진술했다고 밝혔다.
조 씨의 말에 신빙성이 없다고 판단한 경찰은 폐쇄회로(CC)TV를 분석해 사고 발생 2분 전 조 씨가 운전하고 있던 모습을 증거자료로 확보했다. 또한 운전석 에어백에 묻은 혈흔 DNA와 조 씨의 DNA가 일치하는 점도 국과수를 통해 확인했다.
위드마크 공식(일정 시간 이후 혈중알코올농도 계산 방식) 적용 결과 사고 당시 조 씨의 혈중알코올농도는 면허 취소 수준인 0.109%였던 것으로 경찰은 추정했다.
경찰 관계자는 "피의자는 음주운전 사고로 친한 후배가 위중한 상태임에도 도주해 사망에 이르게 하고, 사고 책임까지 전가하려 했다"며 "2개월의 수사 끝에 억울한 죽음의 진실을 밝힐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김유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