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나마 지난 21일 국회가 공공부문 채용 비리, 그러니까 고용 세습에 대해 국정조사를 하기로 합의하면서 기대를 키웠습니다만, 기대가 너무 컸던 걸까요. 합의한 지 단 하루 만에, 다시 제자리걸음입니다. 일부 한국당은 강원랜드 채용 비리가 드러난 2015년 이후로 합의됐다, 민주당은 그 건은 이미 진행되고 있으니 암묵적으로 합의된 거라며 또 맞서고 있으니까요.
국정조사는 정기적으로 진행되는 국정감사와 달리 저축은행 비리 의혹, 국가정보원 댓글 사건, 가습기 살균제 사고, 국정농단 사건 등 특정 사안에 대해 좀 더 심도 있게 조사할 필요가 있을 때 하는 국회의 특수 권한입니다. 하지만, 지금까지 그 어떤 사건도 속 시원히 밝혀지거나 처벌이 이뤄진 건 없었죠. 되려 '기억이 잘 나지 않는다.'는 유행어와 청문회 스타 같은 웃지 못할 이벤트만 펼쳐질 뿐이었죠.
미국과 독일, 프랑스 등 주요 국가들도 우리 같은 국정조사가 있지만, 대부분 따로 위원회를 구성해 청문회 개최 여부와 증인 출석, 자료 제출 등을 일임하기 때문에, 우리처럼 여야 이견으로 국정조사 자체가 흔들리는 경우는 거의 없습니다.
적폐를 없애자는 대통령. 고용세습과 채용 비리는 그 어떤 이유로도 용납해서는 안 될 적폐지요. 그런데 왜 민주당은 이 국정조사를 그리 힘들게 합의했는지, 또한 정의를 위해 채용 비리를 밝혀야 한다면서도, 자기네 의원들이 연루된 강원랜드 비리 의혹은 빼야 한다는 한국당은, 도대체 '정의'의 기준을 어디에 둔 것인지.
모두 겉으로만 정의를 외치고, 적폐 청산을 외치면서 실상은 자기네 이익 계산을 하고 있는 걸로 비치는 건 어쩔 수 없습니다. 제발, 원칙대로만 가주면 안 될까요? 적어도 자신들이 뱉은 말은, 앞뒤 맞게 따르던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