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 전, 지적장애가 있는 친딸을 성폭행한 아버지에게 법원은 징역 10년에서 7년으로 감형해 줬고, 같은 해 10대 아르바이트생을 성추행한 사장 역시 징역 2년의 실형에서 집행유예 4년으로 감형이 됐습니다. 이유는 모두 피해자와 합의를 했기 때문인데, 양형 기준상 성범죄에서는, 피해자가 가해자의 처벌을 원치 않는다고 하면 이를 고려해 반드시 형을 깎아주도록 돼 있거든요.
때문에, 성범죄 형사사건에서 이렇게 감형된 경우는 전체의 42%로, 초범으로 감경된 경우인 34%와, 진지한 반성으로 감경된 19%에 비해 훨씬 많습니다. 그러니 가해자들은 어떻게든 형량을 줄이려 온갖 수단을 동원해 '얼마면 되겠냐.'를 외치고, 피해자 역시, 오랜 재판으로 인한 피로감과 금전으로라도 피해보상을 받고 끝내잔 생각에 합의를 해줘 버리는 겁니다.
이를 두고 일부에선 애초부터 돈을 바라고 한 것 아니냐며 '꽃뱀' 취급까지 당하는, 2차 피해가 발생하기도 하지요.
법적으로 '합의'는 피고인이 자신의 범행을 진심으로 뉘우치는 걸 전제로 합니다. 변호인과 가해자는, 피해자를 비롯해 그 가족도 직접 만나선 안 되고, 합의를 강요해도 안 되지요. 그럼에도 가해자를 구제해준다며 광고까지 하는 변호사들에, 합의를 했는지, 돈을 입금했는지 그 조건만 따지는 판사가 대부분인 게 현실입니다.
지난 7월 한 재판장에서 강제추행 혐의로 구속된 피의자가 합의를 운운하자, 재판장이 크게 호통을 쳤다죠. 합의하면 다 해결된 거냐고요. 이런 판사 한 명쯤 있다는 걸 그나마 다행으로 여겨야 하는 걸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