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학기간 자취방 단기임대줬다가 자칫 낭패 왜?

↑ 종강이 다가오며 대학교 커뮤니티에는 방학 내 원룸 단기 양도글이 하루에도 몇 건씩 올라오고 있다. 그러나 현행법상 집주인의 동의 없이 집을 임대하는 것은 불법이다. 사고가 발생하거나 집기가 파손될 시 세입자는 피해를 보전받을 방법이 없어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 [사진 출처 = 페이스북 페이지 캡처]

대학생 이형주 씨(23)는 지난 여름방학 동안 유럽여행을 떠나게 돼 두 달간 자취방을 단기로 임대했다가 큰 낭패를 봤다. 단기 거주 학생이 방 안에 있던 기본 옵션 가구와 전자제품들을 파손하고 떠난 것. 옷장 문짝은 떨어져 있었고, 전자레인지와 가스레인지는 고장이 난 상태였다. 귀국하고 방 상태를 확인한 김 씨는 뒤늦게 전차인에게 연락했으나 그는 자신에게 책임이 없다는 말만 반복했다. 오히려 당당한 태도를 보이는 전차인에 당황한 김 씨는 대안을 찾아봤지만 현행법상으로도 이는 김 씨가 떠안아야 할 문제였다. 현행법상 세입자는 집주인의 동의 없이 집을 임대할 수 없어 이를 어길 때 발생하는 손해와 책임은 모두 세입자의 몫으로 돌아가기 때문이다. 결국 김 씨는 어쩔 수 없이 파손된 집기를 전부 배상해야 했다. 두 달 치 월세를 아끼려다 혹을 붙인 셈이다.
이 처럼 종강을 앞둔 대학가에서는 자연스럽게 무단 전대차 거래가 성행하고 있다. 경기도의 한 대학 커뮤니티에는 지난 14일 하루에만 30여 건에 달하는 단기 양도 글이 올라왔다. 대부분의 게시글은 방학을 맞아 본가로 들어가거나, 단기 여행, 어학연수 등을 떠나 방을 잠시 임대한다는 내용이었다. 공급에 따른 수요도 적절히 들어맞는다. 계절학기 수업을 들어야 하는 학생, 대학 근처 회사에서 인턴을 하게 된 학생 등 방학내 학교 근처에서 숙식을 해결해야 하는 사람들이 많아 단기 양도 방들은 하루가 채 지나지 않아 금방 팔려나간다. 어느 대학 커뮤니티를 가든 상황은 비슷하다. 방학내 원룸 단기임대는 새롭지 않은, 전형적인 대학가 풍경이 됐다.
겉으로만 보면 단기 매매는 세입자와 전차인 모두에게 이득이다. 세입자의 경우 방을 비워도 꼬박꼬박 내야 하는 만만치 않은 월세 부담을 덜 수 있다. 또 개인 간 계약이기 때문에 부동산을 끼고 거래할 때 내야 하는 수수료도 발생하지 않는다. 전차인의 경우 한두 달을 살기 위해 기본 1년 단위의 계약을 할 필요 없이 월세만으로 방을 구할 수 있고, 세입자가 두고 간 집기들을 그대로 사용할 수 있어 월세 외의 비용 부담이 거의 없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개인 간 구두 계약을 기반으로 한 단기 전대차 계약을 주의해야 한다고 경고한다. 우선 이 씨의 경우처럼 단기 전차인이 원룸 내 집기를 파손하거나 화재 등의 사고가 발생한 경우 현행법상 피해를 보전받을 방법이 없다. 또 건물 주인의 동의 없이 방을 재임대하면 계약 자체를 해지당할 위험도 있다.
서울관악구에서 부동산을 운영하는 공인중개사 A 씨는 "서류상으로 세입자가 집주인 동의 없이 집을 임대하는 것은 불법"이라며 "건물 주인의 동의를 얻고 계약서를 새로 작성하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조언했다.
[디지털뉴스국 오현지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