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진일가밀수

한진그룹 총수 일가의 밀수 의혹이 사실로 드러났다.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의 부인 이명희씨(일우재단 이사장)와 딸 조현아씨(전 대한항공 부시장), 딸 조현민씨(전 진에어 부사장)는 최근 9년 동안 7억 2000만원 상당의 명품 가방 등을 밀수입해 사용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 과정에서 세관 직원 2명이 대한항공 측에 편의를 제공한 것으로 드러나 해임 등의 처분을 받았다.
한진그룹 총수 일가 밀수입 사건을 수사해 온 관세청 인천본부세관은 지난 26일 조 회장 부인 이씨와 딸 2명을 불구속 입건해 기소 의견(관세법 위반)으로 검찰에 송치했다고 27일 밝혔다. 세관은 또 이들 3명의 밀수입을 도운 대한항공 직원 2명과 법인 대한항공을 같은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
이씨 등은 2009년 4월부터 지난 5월까지 260회에 걸쳐 해외 명품과 생활용품 등 1061점(1억5000만원 상당)을 밀수입하고, 2013년 1월부터 지난해 3월까지 30회에 걸쳐 가구, 욕조 등 132점(5억7000만원 상당)을 대한항공 명의로 허위신고한 혐의를 받고 있다.
세관 조사 결과, 한진 일가 3명의 범행 수법에는 차이가 있다. 조현민씨는 프랑스 파리에서 선물 받은 반지·팔찌 등을 세관에 신고하지 않고 입국하는 방법으로 관세를 탈루했다. 조씨가 신고하지 않고 반입한 반지는 1400만원짜리다.
반면 이명희씨와 조현아씨는 대한항공 조직을 이용해 반복적으로 해외 물품을 밀수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씨는 회장 비서실을 통해 사고 싶은 물품의 가격 등을 조사한 뒤 대한한공 해외지점에서 구입해 국내로 보내도록 지시했다. 해당 물품이 대항항공 회사물품으로 위장돼 인천공항에 도착하면 대한항공 수하물운영팀에서 받아 총수 일가의 운전기사 등을 통해 이씨 측에 전달하는 수법을 사용했다. 중국산 대추, 그룻, 물감 등이 이러한 방식으로 이씨 측에 넘어갔다.
조현아씨는 개인비서 역할을 해온 대한항공 여직원과 수하물담당 직원을 통해 400만 원 짜리 구찌가방, 의류, 신발 등을 반입했다. 조씨가 해외 인터넷 쇼핑몰에서 구매한 물품의 배송지를 대한항공 해외지점으로 적으면 해외 지점에서는 대한항공 사무장 또는 위탁수하물로 항공기에 실어 인천공항으로 보냈다. 대한항공 수하물담당 직원은 이를 세관에 신고하지 않고 회사 물품으로 위장해 밀수했다.
인천세관은 이씨와 조현아씨가 반입 물품을 대한항공 명의로 허위 신고해 이들이 부담해할 관세·운송료 등 2억2000만 원을 대한항공이 대신 지불했다고 밝혔다.
인천세관은 이 과정에서 대한항공 직원과 수시로 통화한 세관 직원 3명을 감찰해 이씨 등의 물품 반입 조사 등을 소홀히 하고 항공기 좌석 편의 등을 제공 받은 한명을 해임하고, 대한항공 직원의 부탁을 받고 동료 직원에게 도움을 요청한 또 다른 직원을 견책 처분했다. 인천본부세관은 "세관직원이 총수일가의 범죄행위에 직접 개입한 증거자료 등을 확보하지 못해 입건하지는 못했다"고 설명했다. 이씨 등은 향후 검찰 수사와 재판 과정에서 유죄를 받으면 관세 탈루 등에 대한 추징금·벌금을 내야한다.
[인천공항 = 지홍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