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경자 한국정리수납협회장은 정리수납전문가로 활동하며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를 묻는 기자의 질문에 이 같이 답했다. 그는 지난 2011년 국내에 정리수납전문가라는 직업을 처음 도입한 인물이다.
그동안 잘 알려지지 않았던 '정리수납전문가'가 이색직업 중 하나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정리가 힘든 사람들을 돕고 수납을 통해 공간활용도를 높이는 것이 그들의 역할이다.
한국정리수납협회에 따르면 이미 미국의 경우 1985년부터 정리수납전문가 하나의 직업을 가진 전문가로서 활동하고 있었다. 현재는 캐나다, 일본 등 선진국에서 전문 직업으로 인정받고 있다.
국내에 정리수납전문가라는 직업이 알려지게 된 데에는 정 협회장의 역할이 컸다. 2000년대 초, 당시 캐나다 토론토에서 물류 유통업에 종사하던 그는 우연히 그곳에서 정리수납전문가라는 직업을 알게 됐다. 국내에는 알려지지 않은 생소한 직업이었지만 고령화 사회, 맞벌이 부부의 증가 등 사회적 변화의 흐름에 꼭 필요한 직업이라는 확신을 갖게 됐다고.
결국 2003년 한국에 돌아와 정리수납전문가를 정식 직업으로 등록하는 작업에 착수했다. 하지만 이 작업은 창직(創職)에 버금갈 정도로 그리 만만한 일이 아니었다.
↑ 정경자 한국정리수납협회장. [사진제공 = 한국정리수납협회] |
사람들에게 정리수납전문가가 무엇인지 알리고, 매뉴얼을 만들며 인식 변화 작업만 해도 약 10여년이 걸렸다. 마침내 지난 2015년 고용노동부 한국직업사전에 정리수납전문가가 정식 직업으로 등록됐다.
그렇다면 정리수납전문가가 하는 일은 구체적으로 무엇일까. 이들은 체계적인 정리 방법과 효율적인 '시스템 정리수납' 방법을 제공한다.
공간 정리를 제대로 하지 못하면 스트레스를 받거나 생산성이 저하될 수 있다. 이들을 대상으로 주거·사무공간을 쾌적하게 만드는 일을 담당한다. 정리수납의 주력 대상인 의류, 냉장고, 주방 등을 체크하고 정리수납을 실시하는 한편, 실제 사용자에게 정리수납의 방법 등을 교육하기도 한다.
단순히 청소를 한다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집이나 사무실 등 각자의 공간을 사용하는 고객과 소통하며 생활에 가장 편안한 환경을 만든다. 자주 쓰는 물건과, 그렇지 않은 물건을 분류해 자리를 찾아준 후 그 상태를 오래 유지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구축하는 게 업무 노하우다.
정리의 핵심은 필요하지 않은 것을 버리고, 필요한 물건을 채우며 공간의 균형을 맞추는 데 있다. 어떤 물건을 버려야 할 지 저마다 기준을 세우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게 정 협회장의 설명이다.
정 협회장은 "물건마다 개인의 추억이 담겨 있고, 공간에 들어오는 이유가 있다"며 "모든 사람은 물건과 연결고리를 끊어내기 쉽지 않아 불편한 일이 생긴다"고 말했다.
↑ 정리수납전문가가 가정 방문을 통해 주부에게 정리수납 방법을 안내하고 있다. [사진제공 = 한국정리수납협회] |
물건을 정리하는 과정에서 우울증 등 정신적인 문제가 치료되는 효과도 나타난다고 했다. 가족간의 관계 회복에 도움이 됐다며 감사의 '손편지'를 받았을 때 협회장으로서 가장 큰 보람을 느꼈다고.
정 협회장은 "우울증에 걸린 40대 주부가 정리서비스를 신청했는데, 가정을 방문하니 집 전체가 물건으로 쌓인 동굴과도 같았다"며 "물건을 사면서 공간을 채우는 것에 안도감을 느끼는 분이었는데, 정리를 마치고 '다시는 그런 공간으로 만들지 않겠다. 삶을 다시 살아야 겠다'고 말씀하셨다"고 회상했다.
더 많은 사람들이 주거 환경 개선으로 쾌적한 삶을 살 수 있도록 정 협회장은 '콩알'이라는 이름의 봉사단체도 운영하고 있다. 이 봉사단체는 저소득층을 대상으로 정리수납 서비스를 무료로 실시하고 있다.
정 협회장은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 "저소득층을 대상을 주거환경 개선 사업을 전국적으로 추진하기 위해 정부에서 복지 바우처 방식으로 운영했으면 한다"며 "해당 지역의 경력단절 여성에게 정리수납전문가가 될 수 있는 기회를 열어줄 수 있도록 정부에 요청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한편, 한국정리수납협회장에서는 정리수납전문가 양성을 위해 수납전문가 1·2·강사급 민간 자격과정을 운영하고 있다. 2급은 스스로의 공간을 정리수납하는 방법을 배우는 교육으로, 1급을 마쳐야 다른 고객을 대상으로 정리서비스를
[디지털뉴스국 김현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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